"한국만 CEO에 과도한 형사책임…이재용 구속 유감"

입력 2021-01-19 17:31   수정 2021-01-20 02:06


“한국이 최고경영자(CEO)에게 얼마나 과도한 형사책임을 묻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관해 언급한 대목이다. 외국계 기업 단체인 암참의 회장이 한국 기업 및 기업인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경제계에선 암참이 법원 판결에 대해 논평한 것 자체가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그만큼 한국의 기업 환경이 척박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 압도하는 사법리스크
김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지사, 야후코리아, 한국GM 등 외국계 기업에서 CEO를 지낸 기업인이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등 회원사 800여 곳을 보유한 암참의 회장 겸 대표이사를 2014년부터 8년째 맡고 있다.

그는 이 부장의 구속에 대해 “유감스러운 소식인 동시에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라고 했다. 이어 “한국 CEO들이 경쟁국보다 사법리스크에 많이 직면해 있어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는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9년 11월 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업 CEO가 되면 2205개 법률 항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김 회장은 한국 정부가 개선해야 할 일곱 가지 핵심 과제에도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포함시키고 ‘처벌 수위 조절’을 요구했다. 그는 “한국의 법률 준수 비용이 아시아 경쟁국보다 크게 높다”며 “CEO들이 한국에서 부담하는 법적 리스크가 홍콩, 싱가포르보다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삼성은 한국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요하다”며 “글로벌 리더십을 갖고 (현 상황을) 이겨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성장 가능성 훼손 우려 커
삼성에서 CEO를 맡았던 원로 경영진과 경제학자들도 이번 판결에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사장), CR(대외협력) 담당 부회장 등을 역임한 윤부근 고문은 “격동의 시기를 맞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삼성으로선 ‘기회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CEO들과 사업부장(사장)들이 현안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윤 고문은 “이 부회장과 CEO들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세상의 변화, 특히 M&A와 투자와 관련해 고민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 구속으로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옥중경영’에 대해선 “구속되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듣고 보는 귀와 눈이 막혀버린다”며 “달리기할 때 손발 묶어놓고 뛰라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4주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교정당국의 지침으로 변호사를 통하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면회만 가능하다. 사실상 임원 접견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에서 총수 부재 상황이 오면 경영진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한미협회장(전 금융투자협회장)은 “가장 두려운 건 기업인들의 위축”이라며 “축소 지향적으로 경영하는 분위기가 기업에 침투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부재’를 헤쳐나가야 할 삼성 경영진에 조언도 내놨다. 황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황정수/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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