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수소로 눈 돌리는 산유국

입력 2021-01-19 17:41   수정 2021-01-20 00:43

고대인들은 석유를 병 고치는 약으로 썼다. 접착제나 선박 방수재로 쓰기도 했다. 석유를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검은 황금’ 덕분에 중동 국가들은 하루아침에 ‘석유 부국’이 됐다.

그러나 영원히 마르지 않는 ‘황금의 샘’은 없다. 미국이 신기술로 셰일오일을 뽑아내며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하자 ‘중동 파워’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탄소배출 감축 정책 때문에 석유 수요도 점점 줄 수밖에 없다. 석유는 여전히 넘치지만 중동의 석유 전성기는 지나버린 것이다. 자칫하면 ‘사막의 기적’이 ‘사막의 신기루’로 전락할 판이다.

이런 문제에 먼저 눈을 뜬 아랍에미리트(UAE)는 ‘두바이 전략 2015’로 일대 변신을 꾀했다. 두바이의 탈(脫)석유화 전략은 첨단기술로 미래도시와 인공섬을 개발해 금융·물류·관광산업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비전 2030’을 통해 ‘중동판 실리콘밸리’ 건설, 바이오산업 등으로 석유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청정에너지 개발 또한 눈길을 끈다. 국가 재정의 90%를 석유 수출로 충당해온 사우디는 2040년까지 원전 40기 건설을 추진하며 ‘에너지 혁명’에 사활을 걸고 있다. UAE와 요르단, 모로코도 원자력 에너지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원자력은 우주개발 계획과 직결된다. UAE는 지난해 아랍권 최초로 무인 화성탐사선 발사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UAE의 핵심 토후국인 아부다비가 수소에너지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부다비는 수소에너지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하고 국영지주회사 등 3개 기업을 묶어 ‘아부다비 수소동맹’을 결성했다. 미래 전력과 모빌리티, 제조업 등의 에너지 혁신을 통해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부다비는 해외 수소에너지 협력도 강화하기로 하고 지난 14일 일본 정부와 청색암모니아(블루암모니아) 사업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은 UAE의 최대 석유·가스 수입국이다. 17일에는 독일 지멘스에너지와 녹색수소·합성연료 부문의 전략적 협정을 맺었다. ‘아부다비 동맹’은 앞으로 지멘스와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석유 이후’에 대비하는 산유국들의 몸부림은 “석기시대의 종말이 돌 부족 때문이 아니듯 석유시대도 언젠간 끝난다”는 자키 야마니 전 사우디 석유장관의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석유는 고대인의 ‘약’이었지만, 지나치게 의존할 땐 ‘자원의 저주’를 부르는 ‘독’이 되기도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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