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의 역설…작년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크게 줄었다

입력 2021-01-20 15:41   수정 2021-01-20 15:43


지난해 전국 검찰청에 접수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 평년보다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 차원에서 기업들에 대규모 고용유지지원금을 푼 데다,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오히려 일자리가 줄면서 임금체불 분쟁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검찰청에 총 4만8865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 접수됐다. 2019년 6만211건과 비교해 19% 가량 줄어든 수치다. 2016년(5만8130건) 2017년(5만7977건) 2018년(5만9963건) 등 최근 몇 년간 매해 6만건 내외의 관련 사건이 접수되면서 일정한 흐름을 보였지만, 작년엔 평년보다 1만 건 넘게 감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사기간이 늘어난데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7만2350개 사업장에 2조2777억원 상당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풀었다. 지원금을 받은 사업장이 2019년보다 48배나 증가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임금체불 총액은 전년 대비 8.1% 줄어들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위반 사범 상당수는 임금체불로 발생한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불경기 땐 보통 임금체불이 늘어나는데, 작년에 정부 지원금 때문에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올해에도 코로나 불황이 지속된다면, 점차 임금 분쟁이 폭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선 코로나 불경기 속 휴업이나 폐업을 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 역설적으로 작년 근로기준법 사건이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야간·연장근로 등 수당 미지급이 근로기준법 위반의 대표 유형인데, 휴업을 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추가수당 관련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줄어들었다”며 “일자리 자체가 줄면서 근로계약서 미작성 분쟁도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원이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근로기준법을 어긴 사업주에 대해 관용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소규모 교육서비스 업체 대표 A씨는 한 직원에게 임금과 퇴직금 등 600만원 상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자백하고 변제를 다짐하고 있는 점, 영세한 업체를 운영하며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감안했다”며 A씨에게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따른 신종 유형의 노동분쟁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 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재택근무를 할 때 근로시간과 쉬는시간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 사례가 꽤 있다”며 “회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원을 징계했다가, 직원이 이에 불복해 일어나는 민사분쟁도 지난해 나타난 새로운 유형”이라고 전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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