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T를 아시나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미 세종시와 청라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운행 중입니다. 정부가 새 교통수단으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데요. 특히 앞으로는 S-BRT(슈퍼 BRT?최고급형 간선급행버스체계)를 적극 확대할 방침입니다. S-BRT는 교통신호에 구애받지 않고 정류장에서만 정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때문에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부가 전국 각지에서 추진 중인 S-BRT는 정말 지하철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S-BRT’가 ‘교통호재’가 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요?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수송효과가 지하철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죠. 지하철(10량 기준)은 한 번에 최대 1500명도 태울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버스인 S-BRT는 50~60명을 태우고 달립니다. 배차시간도 지하철이 더 촘촘합니다. 물론 정부는 앞으로 S-BRT에 굴절버스 등을 도입해서 한 번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하철 수준의 수송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BRT가 교통신호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전용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달려야 하고, 교통신호도 회피해야 합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교차로 등에 지하도를 만들어 BRT가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BRT만을 위한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교통신호 제어입니다. BRT가 교차로 등 교통신호에 다가오면 해당 신호기가 미리 BRT에 부착된 센서를 감지하고 BRT가 통과하는 시점에 맞춰 녹색등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현재 이에 대한 기술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니 상용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약하면 현재의 BRT는 전용도로가 있긴 하지만 교통신호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정시성 확보가 어렵습니다. S-BRT는 이 부분까지 개선되기 때문에 이동시간도 단축되고 정시성 확보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상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S-BRT는 굉장히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번거롭게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이용해 지하 플랫폼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예측 가능한 시간에 탑승하고 정확한 도착시간도 알 수 있습니다. 진정 ‘도로 위 지하철’이라 불릴 만 한 것이죠. S-BRT 자체도로 좋은 교통수단이지만 이를 통해 지하철역으로 환승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블역세권’으로 교통 편의성이 한층 더 개선될 겁니다. 해당 지역 주변에 ‘교통 호재’가 되는 것이죠.
사업별로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인천 계양∼부천 대장 지구는 부천종합운동장∼대장지구∼계양지구∼김포공항역까지 16.7㎞ 구간에 S-BRT가 구축됩니다. 이 노선은 2026년 3기 신도시 입주계획에 맞춰 개통할 계획입니다. 이 지역에는 부천종합운동장역, 김포공항역 등 지하철역도 있어 환승도 가능합니다. 환승역이 되는 것이죠.
이곳 외에도 인천에는 인하대∼루원시티 사거리 9.4㎞ 구간에 S-BRT가 구축됩니다. 이 구간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업추진 절차를 거쳐 2026년 개통 예정입니다. 만약 이쪽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지하철역과 S-BRT까지 이용할 수 있는 정류장 근처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향후 교통호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성남에는 남한산성 입구∼복정역 사거리까지 총 10.2㎞ 구간에 S-BRT가 구축됩니다. 주요 경유지는 남한산성∼단대 오거리∼모란역 사거리∼복정역 사거리로 이 중 단대오거리∼모란역 사거리(2.8㎞)를 우선 공사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개발 계획 수립 등 절차를 거쳐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됩니다. 이쪽에도 8호선 단대오거리역과 남한산성입구역, 복정역이 있습니다. 복정역은 수인분당선 환승역이기도 하죠.
부산시는 2019년 개통한 기존 BRT(서면∼내성, 내성∼중동)와 연계해 서면∼사상, 서면∼충무 2개 BRT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BRT 개통으로 버스 통행시간이 단축되는 등 BRT 개통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난해 서면∼내성, 내성∼중동 등 16.3㎞ 구간의 BRT 개통으로 버스의 평균 통행시간은 개통 전보다 19%가량 단축됐으며, 통행속도는 평균 23%가량 빨라졌다고 대광위는 설명했습니다.
최근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특례 시로 지정된 창원에도 원이대로 일대 가음정사거리∼도계광장∼육호광장에 이르는 18.0㎞ 구간에 창원 S-BRT가 놓이게 됩니다. 작년 12월 개발계획 고시를 기점으로 가음정사거리∼도계광장을 잇는 9.3㎞ 구간을 우선 구축하게 되며 개통 목표 시기는 2023년입니다.
세종시의 BRT도 업그레이드 될 예정입니다. 첨단 BRT 정류장 설치, 최대 84인승 전기 굴절버스 도입, BRT 우선 신호 도입 등을 통해 내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대전시는 내년 개통을 목표로 반석역∼유성복합터미널 6.6㎞ 구간에 BRT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사업비의 경우, 3기 신도시와 같이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시행하는 BRT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가 부담합니다. 서로 다른 광역지자체의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 BRT는 국가가 사업비의 50%를 보조합니다. 그 외 도심 BRT 중 수도권 지역은 국가가 25%를, 수도권 외 지역은 국가가 50%를 보조합니다.
물론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S-BRT 노선이 당초 계획대로 △전용차로로 운행되고 △교통신호에 구애받지 않는지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 합니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나 유지 보수 부담을 안고 있는 지자체에서 고가도로 설치, 전용도로 유지, 교통신호 회피 등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S-BRT라 해도 교통신호의 방해를 받는다면 일반 버스와 다를 게 없습니다. 파괴력이 상실되는 것이죠. 이런 실망스러운 노선이 설치되는 지역이라면 해당 지역에서의 교통호재 기대효과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S-BRT 노선을 설계하는지 그 진행상황을 꼼꼼하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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