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자재 블랙홀'에 운임 치솟아…"벌크선 웃돈 4배 줘도 못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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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20 17:34   수정 2021-02-19 00:32

中 '원자재 블랙홀'에 운임 치솟아…"벌크선 웃돈 4배 줘도 못 구해"


작년 하반기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항에 컨테이너선이 ‘실종’된 탓이었다. 중국 때문이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상황을 수습한 뒤 작년 하반기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세계 주요 선사는 일감이 많은 중국에 몰려갔다. 컨테이너선 대부분이 중국에 투입되면서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도 요동쳤다. 한국 기업들이 부산항에서 웃돈을 얹어줘도 컨테이너선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과 부족 문제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원재료 수입 확대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 액화천연가스(LNG)선 용선료 등이 폭등한 것은 작년 하반기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과 원인이 거의 같다. 이번에는 벌크선, LNG선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이 원재료 수입을 늘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중국에선 올 들어 철광석, 석탄 등의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작년 12월 1억3000만t을 넘었던 중국 철광석 항구 재고가 한 달 만에 1000만t 안팎 감소해 1억2000만t 수준까지 내려왔다. 중국 내 제철소 가동률이 높아지자 철광석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철광석을 소비하는 중국 내 제철소들은 최근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전기차 판매 급증, 건설 공사 확대 등 철강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전력 수요 증가도 한 원인이다. 석탄 등 화력발전 비중이 50%를 넘는 중국은 겨울 한파가 닥치자 석탄, LNG 등 화석연료 수입을 빠르게 늘렸다. 이 영향에 세계 주요 선사들은 건화물 벌크선뿐 아니라 LNG선까지 중국 쪽에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기존 호주 브라질 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까지 수입처를 다변화하며 벌크선 운임을 주도했다. 벌크선은 대부분 장기 계약을 맺고 기업들이 전용선처럼 운영한다. ‘스폿(단발)’ 성으로 잠깐 이용하는 배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 일부 물량을 중국이 싹 쓸어가자 한국 일본 동남아 등에서 벌크선, LNG선을 추가로 구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내년 도입 예정인 환경규제도 원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작년부터 모든 선박에 대해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췄다. 이를 맞추려면 노후선박에 탈황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여기에 3~6개월이 걸린다. 해운사들은 작년부터 탈황설비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세계 각국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주요 선사가 전부 규제를 맞추려 할 것”이라고 했다.
수출·수입 모두 어려운 상황
컨테이너선에 이어 벌크선 운임까지 급등하면서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철강·화학업계다. 생산 중단까지 검토하는 회사도 있다.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에서 들어오기로 한 원료가 벌크선 부족으로 아직까지 오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서 비싼 원료를 대체 투입해 대응하고 있지만 이익이 나지 않아 공장을 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 중단까진 아니지만 어려운 회사가 다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인도를 오가는 벌크선 운임이 작년 하반기 대비 네 배 가까이 올랐다”며 “물량을 한꺼번에 모아서 보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갈수록 배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도 “원료를 해외에서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생산 차질이 빚어질까 봐 상황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말에는 미국 항로에서 물류대란이 집중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유럽 동남아 항로 운임까지 급등하면서 이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벽지용 원단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이석우 이데코아이앤씨 대표는 “제품 원가에서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상반기엔 10% 미만이었는데 지금은 30%까지 올랐다”며 “이마저 제때 물건을 보내지 못해 계약이 틀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해운사의 ‘갑질’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전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거나 파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조선 부품업체 사장은 “요즘 해운사에 운임을 문의하면 자리가 없다는 것이 첫마디”라며 “계약을 연기하는 등 대안을 찾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재광/최만수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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