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들의 아내,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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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20 17:34   수정 2021-01-21 18:52

[한경에세이] 아들의 아내, 며느리

아들이 장성해 결혼할 나이가 됐다. 앞으로 시어머니가 될 나는 변화된 시대 흐름 속에서 며느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선, 우리 부모님 세대 때처럼 ‘출가외인’이라는 가치관을 적용해 며느리에게 이제 우리 집에 시집왔으니 과거 친정에서 가졌던 가치관들을 버리고 우리 집안의 관습과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우리 어머니 세대는 당시 결혼을 통해 느꼈을 문화적 충격이 대단했을 것 같다. 많은 경우 결혼 전 친정에서 배우고 가졌던 행동과 가치관이 시댁에서는 존중받지 못하거나 버려야 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빠르게 시댁의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며느리들은 시어머니로부터 구박의 대상이 됐다.

사실 이런 결혼 풍습은 우리 세대 결혼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많은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발 빠르게 시댁의 문화와 가치관에 맞추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남자는 결혼 후에도 과거 자라온 성장 배경에서 가졌던 가치관을 그대로 지속해 나갈 수 있었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시어머니가 되면 이런 결혼 풍습을 나의 며느리에게 같은 여자로서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다. 나의 아들만큼 나의 며느리도 결혼을 통해 양가 서로 다른 문화의 풍성함을 누리고 결혼 후에도 자신의 결혼 생활에서 친정의 좋은 가풍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나의 며느리가 친정에서 그런 성장기를 거친 결과로 결국 나의 아들에게는 매력적인 여인으로 성장했고,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의 아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며느리가 자란 친정의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이 시어머니가 되는 나로서는 아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도움을 주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다가 혹시 자라온 다른 문화 배경으로 인해 며느리가 나와 생각하는 것이 다소 다른 점이 있다 하더라도 며느리의 생각을 바꿔 우리 집안의 풍습을 무조건 따르도록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며느리는 우리 집안에서 시어머니인 나의 가치관을 이어가기 위해, 또 나의 생활 습관을 이어받기 위해 나의 아들과 결혼한 것이 아니다. 나의 며느리는 나의 아들과 함께 더 좋은 가치관을 우리 가정에 함께 창출하고 새로운 가풍을 만들어가며 우리 집안을 더 좋은 가문으로 앞으로 이끌어갈 사람이다.

‘딸 같은 며느리’라는 말이 있다. 나는 평소 이 말이 자칫 아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저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나의 아들과 결혼을 통해 나의 며느리가 됐으니 순서는 나의 며느리보다 나의 아들의 아내가 먼저다. 딸 같은 며느리가 좋기는 하겠지만 그보다 나는 먼저 며느리를 아들의 아내로 존중하고 바라보고 싶다. 나의 아들을 사랑해주고 함께 사는 귀한 사람, 그래서 며느리는 내 아들의 아내로서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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