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 서린 '시간의 흔적'만 그대로…80년 적산가옥의 재탄생

입력 2021-01-21 17:49   수정 2021-01-22 02:25


역사가 깊은 건축물은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꼼꼼하게 잘 관리된다. 하지만 원형 그대로 보존을 목표로 하다 보니 건축물의 공간을 실제로 쓰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2018년 경북의 산업유산으로 지정된 문경 산양양조장은 달랐다. 지난해 1월 산업유산 문화재생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재탄생한 산양양조장은 현재 지역이주·청년단체인 리플레이스가 ‘산양정행소’라는 이름의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80년 된 건물, 핫한 카페로 변신

1944년 근대기 적산가옥 형태로 건축된 산양양조장은 연면적 329.56㎡, 단층으로 된 일반 목조 건물이다. 내부는 사무실, 기능실, 다목적 공간, 전시 공간, 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교한 목재 프레임(목골조)이 건물 외벽으로 노출돼 있고, 전면의 합각지붕(측면에 삼각형의 합각벽이 드러나는 지붕)과 부섭지붕(차양을 위한 캐노피) 등 건축 구조의 요소를 절제된 형식으로 노출하는 일본식 가옥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양양조장은 1960년대 문경 석탄산업의 활황과 함께 성장해 1980년대 성황을 이뤘다. 1998년 가동을 멈춘 뒤 일반 가정집으로 사용됐다.

이 건물의 리모델링은 80년 가까이 된 건물을 원형 그대로 살리는 것이 아니라 건축적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지역 사회가 활용 가능한 다목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존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살려내고 남길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유지했다. 양조장 리모델링의 설계 및 감리를 맡은 스튜디오히치는 썩은 기존 기둥을 완전히 새로 교체하기보다는 썩은 기둥의 밑단만 잘라내고, 새롭게 연결해 새로운 기둥과 옛기둥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옛것들 사이에는 얇은 철제 창호, 높은 폴딩도어, 강판 캐노피, 단순한 조명 등 현대적인 요소를 넣었다. 닫혀 있던 양조장 벽은 슬라이딩도어와 목재 폴딩도어를 통해 외부 공간과 연결될 수 있게 됐다.

박희찬 스튜디오히치 대표는 “오랜 시간 방치된 근대 목조 건물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문화허브로 활용

건물이 살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현대적 세련미까지 더한 산양양조장은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과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건물의 구조물을 거의 다 해체해 재건축했음에도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해 주는 핵심 부분은 옛것 그대로 보존했다”며 “현대적 요소를 티 안 나게 끼워 넣으면서 현대적 세련미까지 더했다”고 극찬했다.

산양양조장은 청년유턴일자리사업에 응모한 팀 리플레이스가 카페로 운영 중이다. 양조장과 관련된 자전거나 펌프, 막걸리병, 술항아리 등 관련 소품을 전시하고, 막걸리를 활용한 간식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내부의 검사실과 숙직실은 양조장 시절부터 사용된 민트색 목재 몰딩과 창호를 그대로 살렸다. 리플레이스 관계자는 “방문객이 2000년대 체리색 몰딩 전 대세였던 민트색 몰딩이 레트로한 감성을 불러온다는 소감을 많이 전한다”며 “문경을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려야 하는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리플레이스는 산양양조장에 지역 주민,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청년들의 지역 유입 및 정착을 돕는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문경시 관계자는 “산양양조장은 이제 술을 생산하지는 않지만 지역 사회의 연대를 상징하는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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