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너무 많이 알아도 毒…건축사 100% 맹신도 안돼

입력 2021-01-21 17:49   수정 2021-01-22 02:14

건축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건축 시공 생존기’가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고생담이나 무용담 수준으로 과장되기 때문에 성공적인 건축 사례보다는 ‘지옥 같은 건축 스토리’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과장된 정보가 가뜩이나 혼란한 건축주에게 결정적인 오판 근거가 된다. 공사판을 혼돈의 현장으로 만들곤 한다.

대표적 사례가 건축사와의 신경전이다. 서울 역세권에 꼬마빌딩을 짓겠다는 결심을 한 K씨는 건축학교 강의를 들으며 성공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 그는 수업 중 들었던 나쁜 건축사들 사례를 굳게 믿고, 괜찮은 건축사를 결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건축사에게 가설계를 의뢰해 가장 효율이 높아 보이는 건축사와 계약했다. 계획 설계 단계까지 진행했지만, 다른 건축사로부터 들었던 수많은 정보가 독이 돼 계약한 설계사와 다툼이 생겼다. 결국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고 시간과 돈을 날린 뒤 K씨가 얻은 결론은 얕은 지식과 가짜 정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사람을 불신하면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신뢰의 중요성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정반대 사례도 있다. J건축주는 건축사를 맹신한 나머지 주변의 만류와 객관적인 자료에도 불구하고 건축사가 추천한 부실 시공사와 계약했다. 엉성한 시공과 공기 지연에 시달리다 결국 시공사 부도로 공사업체가 중간에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많은 금전 손실을 보고 나서야 주변의 조언에 귀 기울이게 되고 가까스로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

예비 건축주가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면 또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전문가나 주변의 조언을 잘 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아무도 믿지 말고 나 자신만을 믿고 가야 할 것인지. 어렵겠지만 중용의 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정답은 없지만 필자는 계획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와 주변의 조언을 들으며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일단 결정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밀어붙인다. 내가 직접 정한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힘을 실어줘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이 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큰코다치는 곳이 중소형 건축업계다. 예비 건축주들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격언과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상식 사이에서 길을 잃지 말고 탄탄하게 중심을 잡기 위한 현명한 지식을 쌓아야 할 것이다.

송찬호 <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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