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파를 이기는 방법

입력 2021-01-21 17:50   수정 2021-01-22 00:03

오랜만에 겨울다운 겨울이다. 밤새 쌓인 함박눈에 들뜬 아이들은 오리 모양 집게로 온 동네 눈을 다 쓸어모았다. 그렇게 ‘눈오리’들을 만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불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추억을 쌓았다. 하지만 이내 제설작업의 고단함과 혼잡한 출근길을 생각하니 동심은 사라져버렸다.

눈과 함께 찾아온 기록적 한파는 겨울임을 실감케 했다. 맹추위로 곳곳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의 경우 이번 겨울 한파와 관련한 119 구조활동이 지난겨울보다 다섯 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자료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오는 2월까지 한두 차례 한파 또는 폭설이 더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독거노인, 쪽방촌 주민과 같은 취약계층이 이번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올해 한파는 유달리 매섭게 느껴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과 불안 심리가 겹쳐져 더 그렇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한 단체가 주는 점심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빈곤 소외계층의 모습을 봤다. 대부분이 노인과 노숙인이었다. 하루하루 겨우 버텨내며 사는 이들에겐 사회적 거리두기도 무의미해 보였다. 누군가 양말을 나눠주자 앞다퉈 몰려들기 바빴다. 마스크, 거리두기보다 밥 한 끼와 양말이 더 절실한 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무겁다.

한파는 빈곤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하다. 한파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운 독거노인과 노숙인일수록 동상 및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매주 20~40명대를 기록하던 한랭질환자는 올 들어 지난 3~9일 130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약 70%가 무직자와 노숙인, 신원 미상자라고 한다. 강추위에 코로나19 우려까지 더해져 추운 방 안에 쓸쓸히 머물고 있는 독거노인과 조손가정, 거리에서 잠자며 삶을 연명하는 노숙인들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코로나19와 한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한파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구호단체들이 여러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랭질환 예방과 안전 확보를 위해 일시보호시설 운영, 방한·난방물품 지급, 난방비 지원, 심리·건강 상담까지 지원 종류도 다양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몇몇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회복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일상에 비대면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그만큼 우리 안의 연대의식도 위협받고 있다.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위기 극복은 연대와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해 시민 모두의 각별한 관심과 온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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