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받아치고…김종인-안철수 애증의 10년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1-21 09:08   수정 2021-01-21 09:1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10년 간의 관계는 ‘애증’이다. 두 사람이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이다. 정치권에 혜성 같이 등장한 안 대표가 전국 순회 청춘콘서트로 정치적인 주가를 한참 올릴 때다. 안 대표는 유력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안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김 위원장은 ‘안철수의 멘토’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내가 ‘안철수의 정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다”고 썼다. 부정적인 뜻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2012년 5월 안 대표의 부산대 강연 때 한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안 대표는 당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멘토’라고 불리는데 대해 “만약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는 분은 한 300명 정도 되고 또 저보다 나이가 어린 김제동 씨나 김여진 씨도 제게 멘토라고 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치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며 “윤 전 장관이 (안 대표의) 청춘 콘서트 등을 다 만든 것 아니냐. 그런데 ‘그런 사람이 300명 있다’고 하느냐. 정치를 잘못 배워서 그렇다”고 비판했다. ‘멘토’로 불린 김 위원장도 300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후 두 사람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안 대표를 도운 한 전직 의원은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문제 등을 놓고 자신의 자문 그룹인 6인회의 멤버였던 김 위원장의 정치적 조언에 대해 썩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망설이는 안 대표에 대해 “야심이 있다면 국민들로부터 정직하게 평가를 받아야지 학교에 딱 숨어 국민의 지지도만 쳐다본다는 것은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가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 때도 김 위원장은 비판했다. “안철수가 탈당하기 전 나를 찾아왔다. 탈당하지 말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원래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란 그렇게 잔머리를 굴려서 하면 안 된다.”

지난해 정치권에 다시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안 대표에 대한 평가도 부정 평가 일색이다. “(안 대표가)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처음 안 대표 한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에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이 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뜬 적이 있다(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우리 당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물어보지 말라.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마포포럼 세미나)”

최근 4월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서도 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날이 서 있다. “그 양반은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 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 대표는) 더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이든, 차기 대선이든 뜻이 있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게 김 위원장의 뜻이다. 입당해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과 경쟁하라는 것이다. 지난 6일 안 대표와 만난 김 위원장은 이런 뜻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회동 이후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접점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일련의 김 위원장의 비판적 태도에 대해 안 대표는 기자에게 “그분 마음 속을 어떻게 알겠나”라며 “정치 경험과 경륜이 많은 분이라 깊은 생각이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비교적 담담하게 말했다. 김 위원장의 입당 요구에 대해선 “비대위원장이라면 본인이 맡고 있는 정당 위주로 생각하는 것이 책임이자 의무”라며 “야권이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된다는 목적은 같다고 본다. 결정은 시민들이 하는 것인데 나도 김 위원장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확실하게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안 대표의 주요 지지층으로 여기는 중도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안 대표가 고심 끝에 던진 카드는 자신을 포함한 야권 후보가 한꺼번에 참여하는 개방형 통합 경선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얘기”라고 선을 그은 뒤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고 요구했다. 입당론에 대해선 “다양한 야권 지지층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요구”라며 “합리적이지 않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No’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한 국민의힘 후보를 확정하기 전에 단일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 사람(안 대표)은 국민의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것인데, 우리도 후보를 확정한 다음 단일화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안 대표는 “제1야당 경선에 참여키로 한 것은 정말 큰 고민 끝에 한 결정”이라며 “저는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데 제1야당은 안철수와 싸우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의 회심의 한 방에 김 위원장이 받아치고 안 대표가 다시 공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야권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선 양측이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선거전 막판 어떤식으로든 힘을 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의 10년 애증의 관계가 어떻게 결말이 날까.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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