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요구 다 들어주는 게 좋은 지배구조?

입력 2021-01-22 16:55   수정 2021-01-23 01:33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G(지배구조)는 국내 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같은 업종의 글로벌 기업보다 등급이 낮게 나오기 일쑤다. 국내 기업의 노력이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글로벌 평가기관의 지표가 한국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2018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에 고배당,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는 ‘엘리엇 사태’가 벌어지자 현대차는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에서 제외됐다. 이 지수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산출한다.

현대차는 E(환경) 사회(S) 부문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G 부문에서 발목이 잡혔다. 엘리엇이 주주 역할의 한계를 넘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이 때문에 ‘ESG 열등생’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2019년에도 모건스탠리는 G 부문에서 현대차에 C-를 줬다.

학계에선 G 부문의 부진은 대기업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벌 경영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계열사 간 지분구조가 상당히 복잡하다”며 “이 때문에 헤지펀드나 소액주주가 총수가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한다는 의심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기관들은 정확한 검증 없이 지배구조와 관련한 평가에서 등급을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ESG 담당자들의 우려가 한층 더 커졌다. 이 법은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장회사는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소수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엘리엇 사태처럼 투기자본의 기습적인 경영권 공격이 빈번해질 수 있다”며 “그때마다 지배구조가 이슈화돼서 등급이 낮아질까 봐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대표적 친환경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소액주주들의 압력 때문에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상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좋은 지배구조와 주주들의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주는 것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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