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우뚝 서 세계로 나아가겠다"…車에 머물지 않고 '혁신 날개' 편 기아

입력 2021-01-22 17:03   수정 2021-01-23 02:40


“아시아에서 우뚝 서서 세계로 진출하겠다.”

‘기아(起亞)’라는 사명의 역사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전거를 만들던 경성정공의 김철호 창업주는 최초의 국산 자전거 ‘3000리호’ 개발을 앞두고 사명을 ‘기아산업’으로 바꿨다. 일어날 기(起), 버금 아(亞). 아시아에서 일어나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 기아의 발음이 다르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김 창업주는 그때부터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의 작은 자전거 공장이 전부였던 기아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의 계획대로 기아산업은 자전거 제조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아산업은 1962년 국내 최초의 삼륜 자동차 ‘기아 마스터 K-360’과 오토바이 ‘기아 혼다 C-100’을 내놓았다. 초소형인 K-360에 이어 1967년에는 경소형·중형 삼륜차도 선보였다. 중형 삼륜차인 ‘T-2000’은 1만 대 이상 판매되며 사세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도 ‘소하리 공장’으로 불리는 경기 시흥의 생산공장이 건설된 것도 이 무렵이다.

기아산업은 1974년 출시한 후륜구동 승용차 ‘브리사’를 시작으로 사륜 ‘자동차’ 생산을 본격화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배우 송강호가 몰던 차량이 바로 브리사다. 이후 ‘봉고’, ‘베스타’, ‘프라이드’, ‘세피아’ 등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다.

완성차업체로 변모한 기아산업은 1990년 4월 ‘글로벌 톱10 자동차 브랜드’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놓으며 사명을 ‘기아자동차’로 바꿨다. 이후 30년간 사명을 유지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사명에서 ‘자동차’를 뗐다. 알파벳 ‘KIA’를 필기체로 구현한 로고도 새로 채택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단순하게 사명과 로고 디자인을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해 세계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을 뛰어넘어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이다. 기아는 사명 변경과 함께 중장기 사업 전략 ‘플랜 S’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올 1분기에는 첫 전용 전기차(프로젝트명 CV)를 공개한다.

기아처럼 사명에서 업종을 특정하지 않는 사례는 여럿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본래 ‘테슬라 모터스’였지만 2017년 자동차를 의미하는 ‘모터스’를 뗐다. 애플과 월마트도 과거 사명에는 ‘컴퓨터’와 ‘스토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한화솔루션은 사명만 봐서는 무슨 사업을 영위하는지 모호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호함이 강점이란 분석도 있다.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사명이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업이 주력이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으로 ‘제2의 도약’에 성공한 것도 사명 변경과 무관치 않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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