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A 심사 때 '잠재경쟁'도 고려…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입력 2021-01-22 17:29   수정 2021-01-23 00:49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2021년 업무계획’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심사 때 향후 시장진입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경쟁자도 실질적 경쟁자로 고려하기로 한 것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신성장 산업의 시장지배력을 따질 때 네이버 카카오 등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쉽게 진출하는 점을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딜리버리히어로(DH) 소유의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합병 심사 때 배달앱 시장점유율(95%)만 보고 ‘조건부 승인(DH의 요기요 매각)’ 했지만, ‘시장 획정’ 기준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반대로 플랫폼기업이 독과점 강화를 위해 경쟁사를 인수하는 것은 더 엄격하게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기업에 대해 ‘갑질’뿐 아니라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감시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거대 플랫폼기업은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진출 사례에서 보듯, 이미 수많은 B2C(기업·소비자) 사업에서 최대 잠재 경쟁자로 떠올랐다. 시장이 플랫폼 위주로 재편되는 경쟁 현실을 공정위가 주목하고 기업결합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적절한 방향이다. 하지만 ‘경영학 구루’ 마이클 포터가 산업의 경쟁강도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잠재적 진입자’를 언급한 게 이미 40년 전이다. 그간 수없이 제기된 문제를 이제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잠재적 경쟁자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과거 M&A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이 합병할 때 독과점 논란이 불거졌지만, 불과 몇 년 뒤 네이버쇼핑 쿠팡 등에 따라잡혔다.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 합병 허용도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런 흐름을 수용한 결과다.

차제에 공정위는 독과점 방지를 위한 기존 잣대가 산업 융복합과 경쟁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대응 속도나 인허가 처리 속도가 더디면 기업들에는 그 자체가 규제가 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경쟁은 마치 이종격투기나 다름없게 됐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쟁자가 나타날지 상상조차 어려운 세상이다.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듯, 공정위의 시야도 국내에만 갇혀선 안 된다. 해외에는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민간의 창의와 혁신이 만발하게 멍석을 깔아주는 게 최선의 위기 극복책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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