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 평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요소

입력 2021-01-25 09:01  


2015년 아마존은 1114개의 입점 기업을 고소했다. 별 다섯 개짜리 가짜 리뷰를 인터넷 홍보 업체를 활용해 올렸기 때문이다. 다음해 가짜 리뷰를 구매하는 기업은 더 많아졌다. 아마존은 이들 역시 고소했다. 평판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머물게 하는 아마존 플랫폼 사업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평판이 중요한 분야는 전자상거래뿐만이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SNS에 올린 글이나 영상정보, 친구나 친척이 남긴 부적절한 언급, 전 직장 동료나 고객을 비판한 언급 등 디지털 측면의 인적사항이 탈락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평판의 특성
평판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의견의 총합이다. 행동과 성격이 평판을 형성한다. 다양한 주체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평판은 일종의 가격이고 화폐다. 다른 사람이 누군가에게 시간을 쓰고, 거래할 때, 그리고 보상을 제공할 때 판단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평판을 쌓는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한편 평판은 한 사람의 성격과 언행의 가치가 담긴 사회적 정보다. 평판이 정보라는 점은 혼자 정직한 것만으로 긍정적 명성을 얻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혼자 정직한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눈에도 정직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좋은 평판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순위와 평판
평판이 사회적 존재로서 나의 가치를 결정하다 보니 평판을 객관화하려는 노력들이 많은 분야에서 존재한다. 유권자가 정치인에 대해 갖는 평판이나, 소비자가 기업에 갖는 평판을 측정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존 F. 케네디의 선거전략을 담당했던 루 해리스는 ‘평판지수’를 통해 기업의 평판을 체계화했다. 문제는 같은 정치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평판지수에서 아마존은 줄곧 1위를 차지하지만, <포브스>에 의하면 같은 기간 가장 좋은 평판을 유지한 기업은 ‘롤렉스’였다. 50년간 비슷한 디자인을 한결같이 출시하는 점이 진부하다라는 평판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꾸준함이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평판은 그 자체로 주관적이지만, 이를 객관화하려는 시도 역시 주관적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은 학술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구자는 결과를 저널에 게재함으로써 독창성을 입증한다. 그리고 이는 연구자의 평판을 형성한다. 연구자에게 학계에서의 평판이란 연구비, 승진 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연구분야에서 결과물의 독창성은 피인용 횟수로 결정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학술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선구자인 유진 가필드 박사의 1955년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학술논문이 기존 연구를 인용해 설득력을 높인다는 점에 착안해 특정 저널에 게재된 최근 논문들이 받은 평균 인용 횟수로 ‘영향력 계수’라는 측정지표를 만들었다. 영향력 계수는 최근 2년간 발표된 연구내용이 당해연도에 인용된 횟수를 같은 기간 발표된 논문 총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영향력 계수는 오랜 기간 연구자들의 평판을 결정짓는 주요 기준이 되었고, 연구자들은 영향력 계수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게재해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자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문제는 영향력 계수가 잘못된 유인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는 영향력 계수라는 정량적 지표에 의한 학술적 평판에 시달리는 현실을 소개했다. 영향력 계수가 연구자의 평판과 연구자의 진로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연구자들은 가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유혹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사에서 중국 쓰촨성 야안시의 농업대학교는 영향력 계수가 30에 달하는 뛰어난 학술저널인 <셀Cell>에 논문 게재를 성공할 경우 200만달러의 상금을 지급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판
순위를 통해 평판이 결정되는 모습은 학술 세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구글 검색 결과도 순위의 결과물이다. 검색 순위를 통해 정치적 편향을 조작하는 일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 많은 분야에서 순위는 평판을 결정하고, 평판은 곧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판을 측정하는 과정에 인위적인 개입이 발생하고 있다.

분명 평판을 결정짓는 순위 결정에 주관적 요소가 개입되고 조작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투명성과 책임, 비교 가능성이 요구되는 디지털 전환의 세상에서 평판의 측정은 좋든 싫든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다. 세상에 완전히 객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이라는 도구가 객관성이라는 환상을 부추기지만, 알고리즘에 설계자의 편향과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관적인 평판을 객관화하려는 시도들마저 주관의 요소가 개입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오로지 추측과 경험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주관적인 평가보다는 낫다는 사실이다. ‘신뢰하되 조심하라’는 조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과 순위 산정이 일반화되는 오늘날, 순위와 평판의 의미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포인트
알고리즘이 객관적이란건 환상
설계자 주관 개입될 수밖에 없어
그래도 주관적인 평가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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