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겐 '15초 영상'이 목숨보다 중요?…틱톡이 부른 참변

입력 2021-01-24 17:03   수정 2021-01-26 00:01


청소년들이 글로벌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다가 참변을 당하는 일이 전 세계 각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에 거주하는 함자 나비드(18)는 전날 틱톡에 올릴 영상을 위해 친구에게 촬영을 맡기고 철로를 따라 걷다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 직후 현지 구조팀이 현장으로 파견됐지만 나비드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라자 라파카트 자만 지역 구조국 대변인은 "열차가 철로 옆을 걸으며 영상을 찍던 나비드를 쳤다"고 설명했다.

틱톡은 15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앱으로 주로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유행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 영상에 독특한 효과를 줘서 콘텐츠를 만든다.

유럽에서도 틱톡에 올릴 영상을 찍다가 10대 소녀가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는 스스로를 잠깐동안 질식시키는 '블랙아웃 챌린지'에 참여했던 10세 여자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살 위인 언니가 휴대폰과 함께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해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이는 결국 뇌사로 숨졌다. '질식 게임' 등으로도 불리는 '블랙아웃 챌린지'는 뇌로 가는 산소를 차단해 환각과 유사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수사관들은 사망한 아이의 휴대폰을 확보해 아이가 생중계 중이었는지, 다른 사람의 초대를 받았는지, 친구들을 위해 촬영을 했는지, 틱톡의 다른 이용자들의 영상을 따라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소녀의 아버지는 "내 딸에게 틱톡과 유튜브는 또 하나의 세계였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틱톡을 하면서 보냈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성명을 내고 "틱톡은 13세 이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왔다"며 "이에 따라 2월15일까지 나이가 확인되지 않는 이용자의 틱톡 이용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틱톡을 소유한 중국 바이트댄스는 이날 플랫폼 내에서는 사망한 소녀가 위험한 챌린지에 참여하도록 장려할만한 어떠한 콘텐츠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틱톡 대변인은 "틱톡 공동체의 안전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위험한 행동을 부추기거나 선동, 미화할 수 있는 어떤 콘텐츠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틱톡은 월간 사용자 수가 8억에 달하는 대규모 숏비디오 플랫폼이다. 15초에서 60초 사이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흡입력이 강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MZ세대에서 인기다. 틱톡의 사용 약관에 따르면 사용자 연령은 13세 이상이지만, 10세 안팎의 이용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가입하는 등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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