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기업만 희생하라는 '이익공유'

입력 2021-01-24 18:18   수정 2021-01-25 00:18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슬쩍 꺼낸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에서 ‘재가’된 뒤 ‘자발적 참여’라는 꼬리표를 달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오는 2월 이를 법제화한다는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많았던 기업들의 출연을 받아 5000억~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등 피해가 컸던 계층에 선별 지급한다는 게 여당의 구상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이득을 본 쪽이 자발적으로 손해를 본 쪽을 돕는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익이라는 게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되는지도 불분명한 데다 정부가 나서서 이를 강제하는 순간 많은 문제가 파생한다. 우선 기업의 손익은 코로나라는 상황 외에 세계 경기, 제품 경쟁력, 마케팅, 트렌드, 업황, 환율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 코로나로 인한 이득을 가려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익공유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첫 번째 대상으로 거론되는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회사 이익이 그만큼 증가하는 구조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경우 대부분 음식점주는 거래 주문 건수와 상관없는 정액 요금제를 이용한다. 배달 수요가 늘어 거래량이 늘어도 플랫폼의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플랫폼 특성상 경쟁이 치열해 마케팅 및 초기 투자비용도 크다. 코로나19 수혜업체로 꼽히는 쿠팡은 2019년까지 누적 적자만 4조원대였고 지난해에도 인건비와 낮은 마진 탓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이득을 알기 어려운 것은 반도체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4분기 추정치)은 35조9500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8조1800억원 늘었다. 이게 코로나로 인한 이득일까? 삼성전자의 2017년과 2018년 영업이익이 각각 53조6400억원과 58조88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20년 영업이익 증가분 가운데 얼마가 코로나19 ‘특수’의 결과인지 알기 어렵다.

은행권의 경우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담보해 리스크가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가 보증하지 않은 부분만큼 리스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에 정부 지원을 받았으니 이제는 내놓을 때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애당초 은행 부실이 관치금융의 탓이 컸던 만큼 지금 와서 당시의 정부 지원으로 생색을 낼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러니 업계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익의 존부와 다과에 관계없이 이익공유를 추진하다 보니 법제화 카드까지 내놓을 수밖에 없다. ‘자발적 참여’는 비판을 의식한 정치적 수사일 뿐 실은 강제된 것이다. 세상에 자발적이라고 이름 붙은 것치고 자발적인 것은 없다. 진짜 자발적인 것이라면 굳이 자발적이라는 수식을 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제하는 이익공유는 법률 위반의 소지도 크다. 기업의 이익은 법인, 주주, 종업원 3자가 나누는 게 법이고 이를 위반하면 배임으로 소송을 당한다. 배당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업 이익이 관련 없는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경우, 주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 피해 계층을 돕는다는 선한 의도라 할지라도 이런 행위는 판례에서 보듯이, 배임 등 형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난 국회에서 제정한 다중대표소송제 때문에 이런 위험은 더욱 커졌다.

사실 손실은 공유하지 않으면서 이익만 공유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희생의 요구는 공정하지 않다. 경제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에 기업의 혁신과 투자 의욕을 꺾는 일이다. 이익공유를 요구받는 기업들은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상위 1% 미만의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90% 이상을 내고 있다. 상생 노력과 사회공헌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더 이상 기업의 팔을 비틀어 이익공유를 강제할 일은 아니다. 정부가 세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약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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