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블라인드', 보이지 않기에 더욱 선연한 사랑…확장된 감각·섬세한 이미지 '잔잔'

입력 2021-01-24 18:03   수정 2021-01-25 00:28


온몸의 감각이 열리고 확장된다. 그 감각으로 찾아낸 새로운 세계는 섬세하고 정교한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지난 14일 개봉한 네덜란드 영화 ‘블라인드’(사진)는 감각의 미적 확장과 이미지화를 통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15년 전 제작됐지만, 국내 팬들의 요청으로 처음 개봉됐다. 네덜란드 여성 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가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프로 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그는 보이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감성으로 풀어냈다.

작품은 눈이 멀어 앞이 보이지 않던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 분)에게 마리(핼리너 레인 분)가 책을 읽어주는 사람으로 고용되면서 시작된다. 어릴 적 학대를 당한 마리의 얼굴과 몸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하지만 루벤은 마리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난폭했던 자신을 길들이는 단호한 태도에 반한다. 이후 이들은 사랑에 빠지지만 루벤이 앞을 보게 될 수 있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마리는 상처 가득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그를 떠난다. 눈을 뜨게 된 루벤은 사라진 마리를 애타게 찾아 헤맨다.

루벤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활짝 열어 상대를 인지한다. 감독은 이 과정을 수차례 정교하게 그려낸다. 특히 마리에게 손을 뻗어 손과 얼굴을 만지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았다. 책을 읽는 마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려낸 이미지, 목욕할 때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이미지 등도 교차 편집해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확장한다. 《눈의 여왕》을 모티프로 삼은 만큼 하얀색의 이미지도 극대화했다. 넓게 펼쳐진 설원과 마리의 하얀 머리색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신비로운 세계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파격적인 결말도 인상적이다. 사랑을 위한 루벤의 선택과 그 애절한 마음이 돋보인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자세히 그리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놔 잔잔한 여운도 남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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