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증상기, 잠복기에 (코로나19) 전파력이 있다는 것은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지난해 1월 2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 무증상·잠복기 전파가 가능하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일반적인 감염병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정부 입장은 5일 만에 바뀌었다. 지난해 2월 2일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유행 초기에는 증상이 있는 사람만 써야 한다고 했지만, 무증상·경증 환자가 늘면서 모든 사람이 쓰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지난 22일 미국내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전체 환자의 3분의 1에 이른다. 마스크는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써야 하는 방역도구가 됐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 명에 육박할 만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인류가 확인한 사실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국내 코로나19 치사율은 1.8%다. 7만5084명이 감염돼 1349명이 목숨을 잃었다. 계절독감 치사율이 0.1%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20배 정도 위험한 질환인 셈이다. 국내 코로나19에 감염된 20대 이하 확진자는 1만9166명이지만 이들 중 사망한 사람은 없다. 70대를 기점으로 치사율은 치솟는다. 60대 치사율은 1.4%, 70대 6.4%, 80세 이상은 20.2%에 이른다. 고령 코로나19 환자는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RS), 다발성 장기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 코로나19의 첫 번째 방어선인 면역체계가 노화해 잘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인식해 대응해야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기능이 떨어진다.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증식한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각종 염증 반응이다. 폐, 신장, 심장, 간, 뇌 등 전신의 여러 조직에 증상이 나타난다. 노인들은 염증반응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다.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인슐린 공장으로 불리는 췌장의 베타(β) 세포에 나쁜 영향을 줘 급성 대사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당뇨환자가 위험한 이유다. 프랑스 연구팀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35㎏/㎡인 코로나19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정도로 위중해질 위험은 BMI 25㎏/㎡인 사람보다 일곱 배 이상 높았다. 비만한 사람은 면역력 이상이나 만성 염증을 호소할 위험도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속 혈뇌장벽(BBB)을 통과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혈뇌장벽은 외부 물질이 뇌와 척수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어벽이다. 이 장벽이 뚫려 바이러스가 통과하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 탈모도 주요 후유증이다. 일본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NCGM)는 58명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24%인 14명이 탈모 증상을 호소했다고 발표했다. 머리가 눈에 띌 정도로 빠질 때까지 평균 58.6일 정도 걸렸다.
이지현/최지원/이우상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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