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 "'건강한 죽음' 가르쳐야 사회도 건강해지죠"

입력 2021-01-25 17:27   수정 2021-01-26 00:18

“코로나19는 누구에게든 예고 없이 죽음이 찾아온다는 현실을 일깨웠습니다. 죽음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선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영화에서 라스트 신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멋있는 모습으로 기억돼야죠.”

국내 장례 문화의 허례허식을 비판하고 ‘건강한 죽음’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 《죽음의 탄생》을 최근 출간한 송길원 청란교회 목사 겸 하이패밀리 대표(사진)의 말이다. 최근 화상인터뷰로 만난 송 목사는 자신을 ‘엔딩 플래너’라고 소개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웨딩 플래너처럼 장례식을 기획한다는 뜻이다. 수의 대신 고인이 생전에 즐겨 입던 옷을 망자에게 입힌다. 제단엔 고인이 평소 즐겨 쓰던 물건, 고인을 추억할 만한 사진 등을 올려 놓는다.

수의, 염습과 결박, 완장과 굴건, 화려한 조화 등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고 그는 지적했다. 송 목사는 “산 자의 명예와 과시욕만을 내세우다 보니 정작 고인은 소외되는 게 현실”이라며 “값비싼 장례 물품과 복잡한 절차에 압도되다 보니 죽음이 오히려 가벼이 여겨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삶의 마지막으로서 죽음을 무겁게 대하지 않고 ‘빨리 처리해야 할 사건’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고인의 장례는 그냥 장례식장 관리자의 안내대로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부모나 친척의 장례를 치른 뒤 뿔뿔이 흩어지거나 심하게 싸우는 가족들을 많이 봤습니다. 유산 상속 문제도 있지만 가족끼리 쌓여온 불만이 장례식장에서 폭발하는 것이죠.”

송 목사는 장례 문화 개선을 통해 아동 인권 보호와 ‘죽음 교육’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양평에서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운영하고 있다. 소아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을 무료로 안장하는 곳이다. 송 목사는 “옛날엔 어린이의 죽음을 등한시해 아무렇게나 시신을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사회에 조금이라도 봉사하는 차원에서 어린이들만을 위한 묘원을 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의 정인이도 이곳에 잠들어 있다. 주말에 오는 추모객이 수천 명에 이른다. 대부분 아이를 데리고 오는 30~40대 부모들이다. 송 목사는 “묘원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하다”며 “삶과 죽음의 소중함을 함께 깨달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훈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죽음에서 삶을 바라보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죽음을 더 이상 삶의 어두운 끝이라고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장례 문화 개선, 진정한 생사관 정립의 시작입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