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근로자는 자기가 낸 돈 받는데…자영업은 왜 나랏빚 내 지원하나"

입력 2021-01-25 17:40   수정 2021-02-02 18:19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자영업 손실보상제가 근로자 지원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내용이지만 재원, 요건, 규모 등에서 근로자보다 월등히 유리하게 논의되고 있어서다. 당장 근로자들은 자신이 낸 보험료로 만든 고용보험기금에서 실업급여를 받지만 자영업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는 모양새다. 더불어 근로자들은 기존 법률을 기반으로 지원금을 받지만 자영업자에겐 특별법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 역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율이 48%에 이른다는 분석(2011년 조세연구원)까지 나와 있는 상태에서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을 털어 손실 보전을 해주는 모양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업급여는 평소에 근로자가 낸 돈
민주당은 자영업 손실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앙은행 돈도 국민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론 정부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뒷감당은 근로자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몫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받는 실업급여 및 각종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평소에 낸 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유·무급 휴직자, 실업자 등이 받는 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온다. 이 기금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매달 급여에서 0.8%씩 1.6%를 원천징수해 적립해 놓은 통장이다. 매달 최저임금 수준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180일 이상을 하루 8시간씩 꼬박 일하며 보험료를 내야 하고, 실업급여를 9개월 동안 받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하고 50세 이상 또는 장애인이어야 한다.

고액 연봉자가 고용보험료를 많이 냈다고 해서 실업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보험의 취지를 감안해 하루 상한액이 6만6000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억대 연봉을 받았더라도 실업급여액은 한 달에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5%에 이르러 지원책은 필요하지만 즉흥적인 대책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비상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때그때 지원 대상을 추가하는 식으로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서 요구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것은 복지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 지원은 소득 보전이 아니라 임대료, 공과금 같은 고정비에 대해 상한을 정해 지원하는 것이 그나마 보편적”이라고 덧붙였다.

근로자 지원 요건은 까다로운데…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면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휴업·휴직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신청요건도 재고량이 50% 이상 늘거나 생산량·매출이 15% 이상 줄고, 정부(직업안정기관장)가 그 사유를 인정해야 가능하다. 휴업 판단 기준도 한 달에 25%에 해당하는 기간 이상 사업장 문을 닫아야 하고, 휴직은 근로자를 한 달 이상은 쉬게 해야 인정받는다.

무급휴직·휴업 지원금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생산량·매출이 30% 이상 줄었음을 입증해야 하고, 무엇보다 무급휴직에 앞서 3개월의 유급휴직 조치가 선행돼야 신청할 수 있다.

정부 지원액도 해당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이다. 무급휴업 지원금은 노동위원회 승인도 거쳐야 한다. 정부지원을 받으려면 휴업 규모도 따져야 한다. 2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무급휴업 지원금을 받으려면 10명 이상을 쉬게 해야 한다.

정부도 무급휴직·휴업에 대한 지원이 까다롭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무급휴직 지원금은 기업이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 다음 신청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논의 중인 자영업 손실보상의 요건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집합금지 또는 제한으로 매출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손실을 보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집합금지 또는 제한으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월 1조원이면 60만 명 실업급여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대인 11조8507억원이었다. 실직자가 쏟아지면서 매달 1조원씩 지급된 셈이다. 기존 최대 기록은 2019년 8조913억원이었다. 한 달에 24조7000억원을 지원하자는 민 의원안이 통과되면 1400만 명의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실업급여 지급액 2년치가 넘는 돈이 한 달 만에 자영업자에게 뿌려지게 된다.

올해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 총액 30조5481억원의 80% 수준이다.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에는 100만 명 이상의 직접일자리 예산은 물론 연인원 20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금, 매달 60만 명 안팎 실직자를 위한 실업급여, 창업 지원 등 각종 직업훈련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안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월 1조2000억원이다. 민 의원안에 비하면 작지만 지난해 한 달 실업급여 지급액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60만 명의 실업자에게 돌아가는 돈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의 경우 실제 소득 파악 자체가 불가능한데 무슨 근거로 지원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여야를 떠나 선거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게 그나마 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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