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기업은 디지털 혁신, 규제는 아날로그

입력 2021-01-25 17:47   수정 2021-04-20 17:27

AI(인공지능)와 사물인터넷(IoT)이 결합한 AIoT(사물지능), 서버가 필요 없는 에지 AI, 가상·증강현실을 뛰어넘는 XR(확장현실)…. 온라인 행사로 치러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주목받은 신기술이다.

하지만 더욱 눈에 띄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굴뚝기업들의 눈부신 디지털 변신이다. 세계 1위 농기계 제조업체 미국 존디어는 ‘농기계 업계의 애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랙터에 AI와 IoT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팜 머신(트랙터X)으로 진화시켰다. 구매자들에게 지역·기후별 농작물 생산 관련 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미국의 건설장비 회사 캐터필러가 선보인 자율주행 트럭(CAT 797F)은 2층 건물 높이에 무게만 약 285t이다. 최대 시속 60㎞로 달리며 채굴현장 등에서 24시간 일한다.

이 회사는 모든 트럭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최대 골칫거리인 노조의 파업과 근로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자율주행 트럭 연구개발(R&D)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쏟아붓고, 1만6000여 개의 특허를 획득한 이유다.

한국 기업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이 돋보였다. AI와 IoT 기술을 활용해 10분 만에 나만의 화장품(립스틱)을 완성해 주는 스마트 팩토리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훨씬 빨라졌다. “수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디지털 전환이 불과 2개월 만에 이뤄졌다”(마이클 미에바흐 마스터카드 CEO)는 얘기도 나왔다. CES 주최기관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셔피로 회장은 “과거 20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2개월의 혁신이 중요하다”며 “모든 회사가 디지털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CES는 사업영역 파괴와 이업종 간 협업이 비즈니스 세계의 뉴 노멀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지난해 전기차 ‘비전-S’를 무대에 올렸던 일본 소니는 올해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한 드론 ‘에어피크’를 공개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물류기업 UPS, 드론업체 스카이워드와 함께 하는 드론배송 사업을 소개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현대자동차가 애플과 손잡고 자율차·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시대다.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고 삶을 윤택하게 하며, 바이러스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지켜내는 게 기술의 힘, 특히 기업들의 투자와 연구개발의 힘이라는 점을 CES는 보여줬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의 신기술이 팬데믹 시대의 ‘디지털 갑옷’ 역할을 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혁신기술을 활용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화두로 내건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구형 스마트폰을 홈 IoT 기기로 재활용하는 ‘갤럭시 업사이클링 앳 홈’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LG전자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사운드바를, 휴렛팩커드(HP)는 ‘해양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노트북을 전시했다.

도전과 창의의 경연장인 CES를 보면 기업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국내 현실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올해 CES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여느 때보다 많은 원격의료업체가 눈에 띄었다. 1961개 참여업체 중 426개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업체였다. 한국 기업도 88곳에 달했다. 국내에선 원격의료가 법으로 금지돼 있어 이들 업체는 해외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

원격의료뿐만이 아니다. ‘3%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상법), 중대재해법, 주 52시간 근로제, 핀테크 및 플랫폼산업 규제 등 초고속 디지털 혁신 시대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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