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는 이 퍼트를 앞세워 3년8개월간의 긴 침묵을 깨고 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날 버디만 8개를 잡아 8언더파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 2위 패트릭 캔틀레이(29·미국)와는 불과 1타 차였다.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총상금 670만달러 가운데 우승상금 120만6000달러(약 13억2000만원)도 그의 몫이 됐다. 오는 4월 열리는 마스터스 출전권도 덤으로 받았다.
이날 승부처였던 17번홀의 별칭은 ‘알카트라즈’다.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곳으로 유명한 알카트라즈섬 감옥에서 따왔다. 그만큼 선수들이 쉽게 지나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홀인 이곳은 각진 돌들이 둘러싸고 있다. 홀 그린 바로 앞에는 깊은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벙커를 피해도 솟아 있는 그린 주변의 가파른 경사 때문에 샷이 조금만 짧아도 공이 물에 빠진다.김시우가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 87타를 치고 기권했을 땐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적어냈다. 올해 1라운드에선 버디를 잡았지만 2라운드 땐 보기를 범해 벌어놓은 타수를 반납한 뒤 탈출할 수 있었다.
한 번의 실수로 우승을 날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김시우는 다시 한 번 알카트라즈와 마주했고 결국 버디로 악연을 정리했다. 김시우는 경기 후 “(17번홀에서) 실수하지 않고 최소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상대 선수들의 퍼트를 참고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두 번만에 공을 그린 위에 올린 뒤 침착하게 두 번의 퍼트로 파를 잡아내 우승을 확정했다.
김시우는 누적 상금에서도 최경주(3271만5627달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1300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김시우의 누적 상금은 1300만9789달러로, 이 부문 148위로 올라섰다. 김시우는 “최경주 선배님이 쌓은 업적이 워낙 많아 (한국인 최다승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우승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를 일찍 달성한 만큼 시즌 종료 전까지 1승을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캔틀레이는 이날 하루에만 11타를 줄이는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였지만 김시우에게 밀려 1타 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안병훈(30)은 최종 합계 14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다. 2020~2021시즌 첫 톱10이다. 임성재(23)는 13언더파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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