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실형 확정…18개월간 '지휘관' 잃는 삼성 [종합]

입력 2021-01-25 15:26   수정 2021-01-25 15:27


'뇌물공여' 등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이 부회장 측과 특별검사팀 측이 25일 모두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실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상고 가능한 법정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뒤이어 박영수 특검 측도 "파기환송심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해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특검 측은 "징역 2년6개월은 인정된 범죄사실과 양형기준에 비추어 가볍지만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위법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그밖에 다른 적법한 상고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측이 재상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 부회장에 대한 형량은 징역 2년6개월로 확정됐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사면이나 가석방 등을 통해 중간에 풀려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2017년 2월 구속돼 2심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353일을 뺀 나머지 약 18개월의 기간을 더 복역해야 한다.

총수 부재가 현실화된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해온 만큼 일상적인 업무는 사장이 결정하고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선 이 부회장에게 옥중 보고하는 방식으로 비상경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 측은 이날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회사 내부에선 최장 18개월간 이어질 총수 부재 기간에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미·중 무역분쟁 영향 등 대내외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해서다.


특히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당시 "참담한 심경"이라 밝혔던 삼성전자는 당장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평택 P3라인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금액 추정치는 각각 약 10조원, 30조원 이상이다. 제한된 정보만이 허용되는 옥중 경영으로 이 부회장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을 적기에 내릴 수 있을지에 재계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총수 리스크'로 삼성전자의 향후 경영 행보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라이벌로 분류되는 미국 종합반도체회사(IDM) 인텔과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19조원 추정)은 인텔(26조2000억원), TSMC(22조4000억원)에 이어 3위로 밀려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9년 2위였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이미 수년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직전이었던 2016년 하만 인수 후 굵직한 인수합병(M&A)를 단 한 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SK, LG 등 국내 경쟁사들이 최근 앞다퉈 활발한 M&A 경영을 펼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요 외신도 이 부회장의 공백이 끼칠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 최대 그룹 총수의 부재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은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전 회장이 지난해 10월 사망하면서 명실공히 정상을 잇는 과도기였던 만큼 충격도 크다"고 평가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재판부가 판결한 지난 18일 "경쟁업체들을 추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총수가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게 됐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소비자 가전 회사의 최상층에 '공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법정구속 이후 수감 사흘 만인 21일 첫 옥중 메시지로 "계속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지원하겠다"며 "위원장과 위원들께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하며 '준법 경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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