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만부 돌파"…삼성전자 퇴사하고 서점가 휩쓴 '기적'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1-26 10:26   수정 2021-01-27 20:15


꿈을 파는 이야기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룬 신예 작가 이미예 씨(31). 공대 출신의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에서 일약 문단의 ‘샛별’로 떠오른 ‘한국판 조앤 롤링’. 그가 생애 처음 쓴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 이상 팔리며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지난해 7월 나온 이 작품은 대형 서점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8주 1위, 종합 베스트셀러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어떻게 했기에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기존 작가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의 특이점을 다섯 가지로 짚어본다.
1. 공모전 응모해 본 적 없는 왕초보
그는 문학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다. 창작 기법을 따로 배운 적도 없다. 작가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신춘문예나 공모전에 응모한 경험 또한 전무하다. 다만 책이나 만화, TV 드라마 등 흥미로운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나도 한 번 써 볼까 하고 몇몇 아이디어를 붙들고 낑낑거리기도 했지만 남들이 재미없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그러나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잠재해 있었다.
2. 문학과 거리 먼 이공계 출신
그는 부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이과 출신이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4년 9개월 일했다. 주요 업무는 반도체 생산설비 관리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회사 생활을 보냈다.

집에 와서는 TV를 보면서 공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겸 상상의 나래를 펴다보면 엉뚱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메모가 쌓이니까 그냥 두기 아까웠다. 회사를 안 가면 더 많이 쓸 텐데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결국 그는 전세금 대출을 다 갚을 때까지 직장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본격적인 창작에 나섰다.
3. ‘재미 요인’ 철저 분석 데이터화
창작 방법을 전혀 몰랐다고는 할 수 없다. 재미있는 드라마나 만화, 소설을 보면 왜 그런지 자기 나름대로 ‘숨은 의미’와 ‘재미 요인’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이 작품은 왜 잘 먹힐까,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하고 혼자 파고들었다. 캐릭터 이름이 언제부터 익숙해지는지, 몇 줄짜리 문장이 몇 초 만에 머릿속에 그려지는지도 살폈다. 그렇게 수백 편을 뜯어봤다.

그 과정에서 이과 출신이라는 게 힘이 됐다. 대학 시절 며칠씩 화학실험을 해서 결과를 분석하고 정리해 리포트를 써냈던 경험이 소설의 방대한 이야기를 데이터화하고 분류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4. 크라우드 펀딩 등 새로운 시도
처음에는 인터넷에 웹 소설을 연재했다. 10여 편 올렸는데 조회 수가 ‘15회’도 안 됐다. 댓글도 없었다. 이후 독립출판 관련 강좌를 듣다가 개인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됐고, 사이트에 출간 계획을 올렸다. 목표 금액인 100만원보다 18배나 많은 1800만원이 모였다.

용기를 내 출판사에 투고했다. 원고는 전자책으로 먼저 선보인 뒤 종이책 출간으로 나왔다. 리디북스에서 나온 전자책이 3일 만에 1위에 올랐다. 이어 팩토리나인 출판사에서 나온 종이책이 ‘대박’이 됐다.
5.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승부
여느 작가들이 밤을 새워 창작하는 것과 달리 그는 하루 8시간 이상 푹 자는 것을 좋아한다. 숙면을 취해야 힘이 난다. 꿈도 ‘맛있게’ 꾼다. 하늘을 나는 꿈, 몰디브에서 휴가를 보내는 꿈…. 어느 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다가 꿈의 정의가 딱히 정해진 게 아니라는 걸 알고 꿈을 새롭게 해석해 보고 싶어졌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판타지로 풀어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나오는 신입사원 페니는 꿈 백화점의 초보 직원으로 허둥대며 일한다. 그게 자신의 모습 같아서 좋았는데, 독자들이 더 좋아했다. 백화점의 손님들이 꿈을 꾸고 난 뒤 느낌에 따라 후불제로 요금을 지불하는 것처럼 독자들도 저마다의 설렘과 호기심에 매료돼 책값을 흔쾌히 지불했다.

그를 보고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고 보니 32세에 혜성처럼 나타난 롤링처럼 그도 첫 작품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롤링은 12차례나 출판사의 거절을 당한 끝에 성공했지만, 그는 크라우드 펀딩과 전자책이라는 징검다리를 거쳐 21세기 방식으로 성공했다.

우리도 못할 게 없다. 이제라도 시작해 보자. 꿈을 크게 꾸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떠올려 보자. 한 문장이라도 좋다. 일단 써 보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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