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전에서 미국개미 '압승'…헤지펀드 무너뜨렸다

입력 2021-01-26 13:31   수정 2021-01-26 14:54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게임스톱 주식이 폭등하면서 이 주식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가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개미들이 뭉쳐 월가의 헤지펀드를 누른 셈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월가의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이날 또 다른 헤지펀드인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2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본을 수혈받았다. 이는 대거 공매도했던 게임스톱 주식이 지난 22일 51.1%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한 때 144%까지 폭등해 '숏 스퀴즈'에 내몰려서다. 숏 스퀴즈는 공매도했던 주식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팔았던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스타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게이브 플롯킨(Gabe Plotkin)이 지난 2014년 설립한 멜빈캐피털은 그동안 연평균 30%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올려온 곳이다. 이들은 게임스톱 공매도로 올들어 지난주까지 자본(125억달러)의 15%에 달하는 손실을 냈고, 이날 손실폭이 30%까지 커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에 포인트72 등으로부터 긴급히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은 한동안 잊혀진 주식이었다. 지난해 7월까지도 주가는 4달러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13일 애완동물 쇼핑몰 츄이(Chewy)의 공동창업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이사진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언이 자신의 RC벤처스를 통해 지분 13%를 사들인 뒤 자신을 포함한 3명이 이사회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작년 말 게임스톱 측에 모든 오프라인 점포를 팔아버리고 온라인 유통점으로 변신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요구해왔다.



이런 주장에 이른바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세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토론방을 만들어 집단 매수에 나섰다. 이들은 주식뿐 아니라 주식콜옵션까지 대거 사들였다. 주가가 폭등하자 일부는 레딧에 5만3000달러를 옵션에 투자해 며칠 만에 1100만달러를 벌었다는 무용담 등을 앞다퉈 올렸다. 실제 지난 22일 60달러짜리 게임스톱의 콜옵션 가격은 장중 2센트에서 16.7달러까지 뛰기도 했다.



지난 12일만 해도 19달러대이던 게임스톱의 주가는 22일 65.01달러에 마감했다. 열흘간 235% 급등한 것이다. 이날은 장 초반 144% 뛴 159.19달러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거래량도 이날 1억7000만주에 달해 30일 평균인 3000만주를 크게 뛰어넘었다.

게임스톱 주가가 지난 13일부터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폭등하자 시트론리서치, 멜빈캐피털 등 몇몇 헤지펀드는 대량 공매도에 나섰다. 이들이 공매도한 주식은 게임스톱 유통물량의 138%에 달했다. 이론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모두를 다 사들여도 공매도 물량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신나게 팔아치웠다는 얘기다. 공매도가 인기를 끌면서 게임스톱 주식을 빌리는 이자율은 23.6%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개미들이 지지않고 지속적으로 매수하면서 주가가 끝도없이 오르자 공매도를 했던 펀드들은 주식을 사서 되갚아야하는 '숏 스퀴즈'에 걸렸다. 콜옵션을 팔았던 기관투자자들도 '감마 스퀴즈'에 걸려 주식을 오히려 매수하게 됐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경이다.



개미에게 두 손을 든 헤지펀드는 멜빈캐피털 뿐만이 아니다. 공매도 전략으로 유명한 시트론은 지난 22일 공매도를 포기했다. 블룸버그는 공매도 세력의 손실액이 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게임스톱은 장중 전날 대비 마이너스까지 급락하기도 하다가 결국 18.12% 오른 76.79달러로 마감했다.



이들 투기적인 개인투자자들은 다른 종목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지난 22일 장중 주가가 100% 넘게 올랐던 블랙베리는 이날 장중 47% 폭등하기도 했다. 이날 28.42% 상승세로 마감된 블랙베리는 주가가 왜 급등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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