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수십권 '사건기록 보따리' 사라진다

입력 2021-01-26 17:22   수정 2021-01-27 00:18

지금까지 법원에서 형사재판이 있는 날이면 법원 직원들은 종이로 된 사건 기록 수십 권을 수레에 실어 법정별로 ‘배달’하곤 했다. 이런 풍경이 사라질 전망이다. 앞으로 형사사법 절차가 모두 전자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6일 형사사법 절차에서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하도록 하는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형사절차 전자문서법)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미 전자화된 민사소송, 행정소송과 달리 형사사법 절차는 아직도 종이문서에 기반하고 있다. 피고인이 여러 명인 재판을 한 번에 진행하려면 직원들은 증거 목록과 사건 기록 수십 권을 보자기에 싸 수레로 옮긴다.

사기나 살인, 폭행 등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에서 종이로 된 자료가 많은 탓에 법관들도 일일이 손으로 넘기면서 봐야 한다. 증인신문을 할 때도 증인은 화상기에 띄운 진술조서 등을 보고 답하는데, 화상기의 초점이 잘 맞지 않으면 증인신문이 중단되기 일쑤였다.

종이문서 기반의 사법절차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대법원은 법원 내 인구밀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전국 법관들에게 주 2회가량 재택근무를 권장하는데, 민사나 행정재판부는 전자화된 사건 기록을 내려받아 집에서 보면 되지만 형사재판부는 사실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재판부의 한 판사는 “법원 밖으로 기록을 싸들고 나가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실 집에서 업무를 하기란 쉽지 않다”며 “형사사건도 전자화되면 일일이 포스트잇으로 표시하지 않고 기록을 검색할 수 있고, 오래된 기록도 깔끔하게 볼 수 있어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절차의 전자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과 미래등기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형사재판의 전자소송 도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5일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재택근무 실질화를 위한 의안’이라는 안건으로 형사기록 전자사본화 등이 논의됐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사절차 전자문서법이 시행되면 경찰이나 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은 원칙적으로 전자문서를 작성하게 된다. 사법기관끼리도 전자문서로 주고받는다. 사건 관계자들도 전자문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피고인과 변호인은 컴퓨터를 통해 증거기록을 열람·출력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형사 사법절차가 전자화되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관계자들이 기록을 볼 수 있는 만큼 절차의 투명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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