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SK 야구단 인수작전…한달 고심 끝 '스포츠+쇼핑' 베팅

입력 2021-01-26 17:37   수정 2021-02-03 18:05


이마트가 SK 와이번스 매각 ‘첩보’를 접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다. 실무작업을 지휘한 이마트 관계자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SK그룹이 매각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협상을 제안했다. 왜 파는지는 딱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마트는 곧바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에게도 보고가 올라갔다. 정 부회장은 두산그룹이 재정난에 처해 야구단을 매각할지 모른다는 풍문이 돌 때도 주변에 인수 의사를 피력했었다. 이번엔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부가 관건이었다. 자칫 인수해놓고 무관중 사태를 겪을 수 있어서다. 한 달여의 고심 끝에 정 부회장은 TF팀에 ‘OK’ 사인을 보냈다. 스포츠와 쇼핑을 결합한,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에 대한 열정이 그를 움직였다.


신세계그룹이 인천을 연고지로 프로야구단을 운영한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SK텔레콤으로부터 SK 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마트 단독으로 SK텔레콤이 보유한 SK 와이번스 지분 100%(보통주 100만 주, 1000억원)와 야구팀이 사용 중인 연습장의 토지·건물을 352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선수 및 일반 직원 모두의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며 “구단 명칭과 엠블럼, 캐릭터 등도 3월 중 확정해 4월 개막하는 정규시즌에 참여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 결정은 작년 말 SK그룹이 야구단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2014년 SSG닷컴 설립 이후부터 마케팅 강화를 위해 야구단 인수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예전에 나왔던 다른 야구단 매물에 비해 SK 와이번스는 지분 구조가 명확했고, 무엇보다 가격 조건이 맞았다”고 말했다. 두산 야구단 매각 풍문이 나왔을 때만 해도 매각가격은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야구단 인수 배경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자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을 통해 야구 등 게임을 즐기고,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히 하는 야구팬들을 신세계그룹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 부회장의 복안이다. 쿠팡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진출을 통해 회원 혜택을 늘렸듯이 스포츠와 쇼핑을 결합한 ‘신세계’를 구현함으로써 온라인 영역에서도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로드맵은 검토 중”이라며 “야구장을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구 구경 왔다가 전국구 맛집에서 밥을 먹고, 쇼핑도 즐기며, ‘스포츠몬스터’ 같은 체험형 놀이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1000만 프로야구 관중 시대를 열기 위해 관련 인프라 투자도 할 것”이라며 “팬과 지역사회,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으로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구단을 매각한 SK텔레콤은 이날 “대한민국 스포츠의 균형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아마추어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고 한국 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수 육성과 지원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 TF’를 발족하기로 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미래형 스포츠 발굴 및 투자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박동휘/강경민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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