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대체투자 집행 부진에 매년 수천억 포기하는 국민연금...인력난에 고민만

입력 2021-01-27 10:42   수정 2021-01-28 19:01

≪이 기사는 01월26일(04:5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좀처럼 늘지 않는 대체투자 비중을 두고 국민연금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해외 기관과의 파트너쉽, 조직 개편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이 발목을 잡고 있다. 벤처투자, 헤지펀드, 멀티에셋 등으로 대체투자 자산을 다변화시킨다는 계획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10년 넘게 대체투자 비중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서 포기한 수익만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이라는 명성이 무색한 수준이다.

◆매년 목표 미달에 매년 수익률 0.14%포인트 '포기'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중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도 목표 비중에 1% 이상 미달할 전망이다. 지난 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금융자산 772조 2000억원 가운데 대체투자 비중은 11.6%로 목표 비중(13%)에 비해 1.4%포인트 가량 낮았다. 작년 말 최종 기금 규모가 연금보험료 적립분에 기금운용수익이 더해져 790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 미달 비중은 많게는 2%까지 벌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추측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 5년 뒤 목표 포트폴리오 비중을 정하는 중기자산배분안을 만들며 2022년 말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단계적으로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매년 목표치에 미달되면서 2025년 말로 연기됐다. 2015년 10%를 넘긴 뒤 2017년 10.8%를 기록한 대체투자 비중은 3년이 지났지만 1%포인트도 높아지지 않았다.


대체투자란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PEF), 헤지펀드처럼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 외의 모든 투자 자산을 말한다. 대체투자는 경기 변동에도 기금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줄여주고, 수익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경제 위기로 주식 시장이 폭락해도 오피스, 고속도로, 항만 등에서 얻어지는 임대료 등 수익은 변동폭이 적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국민연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략적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매년 대체투자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서 기금 전체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대체투자는 해외주식(10.08%)에 이어 8.89%로 1988년 기금운용 시작 이후 2019년까지 국민연금 운용 자산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간 대체투자 비중 미달은 중기자산배분 목표비중을 준수하기 위해 기금운용본부가 기준으로 삼는 기준 비중을 달성했을 때에 비해 기금운용수익률을 0.14%포인트 떨어뜨렸다. 이 기간 중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규모가 400조원에서 700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5000억~1조원에 육박하는 운용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대체투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년 동안은 8.76%로 기금 전체(5.87%)의 수익률 제고를 이끌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 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통자산과 달리 유통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대체투자 비중을 맞춰가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대체투자 비중 산출은 투자집행 기준으로 약정액 기준으로 보면 목표치와의 괴리 수준이 조금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역 1명이 펀드 10개 맡기도...열악한 환경에 퇴사 악순환

대체투자 집행 부진의 근본 원인은 전문 인력 부족에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 안팎의 중론이다. 전형적인 공개 유통 시장을 통해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뤄지는 전통 자산과 달리 대체투자는 대부분 비공개 시장에서의 개별 협상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대체투자 시장에서의 성패는 정보력에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정보력은 전문 인력의 숫자에 비례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대체투자 전담 운용 인력은 1월 현재 사모벤처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3개 실에 59명에 불과하다. 작년 10월 말 기준 대체투자 운용 규모가 90조 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인당 1조 5000억원 가량을 운용하는 셈이다.

이는 3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 전체 인당 운용규모에 비해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대체투자는 전통 자산에 비해 많은 인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에 비해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인당 2000억원을, 네덜란드 공적연기금(APG)는 8000억원 가량을 운용한다. 국민연금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은 운용역 1명이 관리하는 펀드가 많아야 3~4개를 넘어가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10개씩 관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운용역이 자신이 투자한 자산을 분기에 한번도 들여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근무 여건은 전문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인력 부족이 대체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이후 국민연금에선 2019년까지 총 74명이 회사를 떠났다. 작년 한 해 27명의 운용역을 새로 뽑았지만 20여명이 또 다시 이탈하며 작년 말 기준 전체 기금운용역 숫자는 268명으로 정원(288명)을 채우지 못했다. 국민연금 출신의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주 이전 여파로 '키맨'들이 대거 짐을 싸고, 기껏 키워낸 과장급 유망주들도 2~3년 경력만 쌓은 뒤 국민연금을 떠나고 있다"며 "대체투자 확대의 핵심인 네트워크가 전혀 축적되지 않고 몇 년에 한 번씩 '리셋'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해외투자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사무소 파견 확대, 글로벌 투자기관 파견 등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진한 집행률을 제고하기 위해 APG, 알리안츠 등 글로벌 투자 기관과의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고 다수의 조단위 투자 건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력난의 폐해를 최대한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에서 나온 조치들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집행률 제고를 위해 지난해 APG 등 글로벌 연기금이나 운용사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 투자 채널을 섬세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투자 특성을 고려해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인력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헤지펀드 등 투자 다변화는 지지부진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체투자 자산 다변화는 먼 나라 얘기다. 국민연금은 기존의 부동산, 인프라, PEF만으론 투자기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2015년 헤지펀드, 2019년 사모부채펀드(PDF), 멀티에셋펀드 등으로 자산군을 확대했다. 전 세계적인 기술투자 붐으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을 중심으로 한 벤처투자의 성장성이 높아지며 2020년 기존 사모투자실을 사모벤처투자실로 개편하며 벤처투자 확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조직명에 명시까지 하며 확대를 천명했던 벤처투자는 명확한 전담 인력도 없이 20년 가까이 국내 벤처펀드에만 투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유수의 PEF 운용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국민연금이지만 세콰이어캐피털이나 엑셀 등 글로벌 벤처캐피털(VC)와의 관계는 전무한 수준이다. 자연히 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위험도 큰 글로벌 유니콘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한 대형 VC 대표는 "국민연금이 출자 계획을 내놓으면 컨테스트를 하듯 운용사들이 달려드는 국내 시장과 달리 수십년간 높은 수익률을 내온 글로벌 VC들은 투자 전략에서 조건을 모두 자신들이 세우고 한정된 출자자(LP)들에게 1~2주일 시간을 준 뒤 펀딩을 끝낸다"며 "현재 국민연금의 네트워크나 투자 결정에 1~2개월이 걸리는 시스템으론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5년 자산군 편입 후 전체 기금의 0.5%(2020년 말 기준 약 4조원)까지 투자하겠다던 헤지펀드는 현재 목표치의 절반 수준만을 채운 상황이다. 전담 운용 인력은 3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1명이 퇴사하며 한동안 2명으로 버텨오다 작년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며 급하게 수시 채용으로 한 명을 메꿨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군을 조합해 운용 수익을 달성하는 멀티에셋이나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 대출 방식으로 투자하는 PDF 역시 전문 인력이 없다보니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한 국민연금 출신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집행 부진 문제는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가져온 인력난, 정원과 예산 모두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결코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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