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영, 16년째 '파리채 클럽' 사용…"우승 후 멋진 은퇴하고파"

입력 2021-01-29 17:11   수정 2021-01-29 23:39


1987년생인 윤채영(사진)은 어느덧 한국여자골프의 ‘언니’ 대열에 합류했다. 집에 모아놓은 50여 개의 퍼터는 그가 쌓아온 경력을 대변한다. 2005년 프로에 입문해 올해 17년차에 접어든 그는 한국과 일본 1부투어에서 뛴 지는 16년째다. 최근 만난 윤채영은 “부지런한 성격 때문인지 움직이며 뭔가를 계속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 모든 움직임이 골프와 연관돼 있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스스로를 ‘1년살이’라고 부른다. 매년 펼쳐지는 서바이벌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채영의 생존 본능이 얼마나 강한지는 그의 샤프트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1부투어에 데뷔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쭉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써왔다. 그라파이트 샤프트는 스틸보다 가벼워 다루기 쉽지만 프로 무대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노인 채’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후배들이 내 클럽을 쓰면 마치 ‘파리채’를 휘두르는 것 같다며 놀린다”고 했다.

윤채영은 172㎝의 큰 키에도 남들보다 힘이 달린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그라파이트를 클럽에 장착했다.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함께 뛰는 (김)하늘이한테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그라파이트를 사용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며 “스틸 샤프트는 무거워서 바로 내려놓게 된다”고 털어놨다.

2016년까지 KLPGA투어에서 뛰다 2017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첫해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첫 9개 대회에서 네 차례 예선 탈락할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그는 “숙소에만 돌아오면 펑펑 울었다”며 “좁은 방, 낯선 음식에 처음엔 정말 적응되지 않았다. 혼자 있으니 스트레스 풀 곳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존력은 일본에서도 발휘됐다. 곧바로 털고 일어나 연습에 몰두했고 그해 상금랭킹을 35위(3484만엔)까지 끌어올렸다. 상금 50위까지 주는 시드를 무난히 유지했다. 2018년(공동 17위) 2019년(공동 42위)에도 일본에서 1부 시드를 지켰다. 덕분에 그를 따르는 팬이 급격히 늘어나 지금은 일본에서 인기있는 선수 리스트에 항상 언급되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작년 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한 윤채영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잠시 생각했던 ‘은퇴’라는 단어도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다. 마지막 숙제인 ‘한·일 통산 2승’을 달성하면 은퇴 이야기를 꺼내겠다고 했다. 그의 최근 우승이자 유일한 우승은 2014년 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나왔다.

윤채영은 “우승하고 멋있게 은퇴하고 싶다”며 “그때 가서 지금 한 말을 번복하더라도 (우승과 동시에 은퇴는) 꼭 해보고 싶은, 늘 꿈꿔온 ‘버킷 리스트’”라고 했다. 이어 “경기력을 계속 유지해 꼭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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