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참여연대 '민원 창구' 된 국민연금..."삼성물산 등 7개社 이사 선임안 검토"

입력 2021-01-29 13:42   수정 2021-01-29 23:33

≪이 기사는 01월29일(10:3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참여연대가 발의한 삼성물산, KB금융 등 7개 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 방안을 논의한다. 2019년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선지 2년 만이다.

주주활동을 전담하는 조직을 뛰어넘어 기금운용 전반에 관한 굵직한 사안을 결정하는 기금위가 개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금위가 참여연대 등 특정 단체의 민원 창구가 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참여연대, 사전 논의 없이 돌발 안건 발의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기금위를 열고 삼성물산, 포스코, CJ대한통운, KB금융,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7개 기업에 대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할 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주주총회 6주 전에 서면으로 주주제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번 안건은 기금위 내 민간위원인 이찬진 변호사가 기금위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발의하면서 이뤄졌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7명의 동의를 얻으면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 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발의로 기금위 안건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는 전문가 조직인 실무평가위원회조차 거치지 않아 일단 공식 안건에선 빠졌다. 하지만 복지부와 국민연금 측은 7명 위원의 동의를 거친만큼 회의 현장에서 안건 부의는 절차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돼있다. 민간위원은 사용자 대표 3명, 노동자 대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전문가 단체 2명으로 정해져있다. 의결 조건은 위원 과반수의 참석과 참석 위원 과반수의 동의다.

이번 안건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국민연금에 요구해온 내용의 연장선이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열린 매 기금위마다 현장에 들어와 해당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이사를 선임하고, 소송까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용으로 하는 피켓 시위를 벌여왔다.

하지만 오늘 중 의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가 기금위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러운 발의에 나서면서 해당 기업들에 대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나 주주활동 전담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검토조차 없는 상황이다. 위원들 역시 해당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더해 29일 기금위엔 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 참석하지 않는다.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안건 부의 절차를 건너뛴 돌발 안건이 전문가 집단의 검토나 토론 없이 의결될 경우 현행 기금위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식 주주활동 프로세스 형해화"
이번 안건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참여연대와 노동계가 정상적인 공론화 과정을 우회하기 위해 절차와 권한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 역할은 기본적 투자정책 방향 설정과 전략적 자산배분안 결정, 기금운용지침 및 의결권행사지침 결정 등 기금운용 전반에 관한 사항이다. 개별 기업에 관한 구체적인 조치는 공식적으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담당한다.

하지만 2018년 10월 정부가 기금위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전체 기금위원의 3분의 1 이상인 7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경우 위원에게도 안건 부의권을 부여하면서 기금위가 구체적 기업에 대한 주주활동을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9년 초 소위 '땅콩 회항' '물컵 갑질'등 사건을 계기로 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사건과 판박이다.

당시 2019년 1월 16일에 열린 기금위를 앞두고 참여연대는 한진칼과 대항항공에 대해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활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당시 기금위는 사전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안건을 보류하고 수탁위에 검토를 맡겼다. 수탁위는 두 회사 모두에 대해 경영 참여형 적극적 주주권 행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놨고, 기금위는 결국 한진칼에 대해서만 정관변경 만을 주주제안 하는 것으로 제한적인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참여연대 등 일부 집단이 기금위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활용해 자신들의 민원을 해소하는 창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각각 1년을 주기로 진행되는 비공개대화-비공개중점관리기업 선정-공개중점관리기업선정-주주권 행사로 이어지는 공식 과정을 구축한 바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것은 기금위의 업무가 아닐 뿐 아니라 2019년 오랜 갈등 끝에 만들어낸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조차 형해화시키는 것"이라며 "개별 사안에 대한 어떠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없이 날치기식으로 안건화가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작년 초까지 수탁위 위원을 지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연기금이 직접 이사를 추천하는 케이스는 드물 뿐더러 캘리포니아 연기금 등에선 장기간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사외이사 풀 구성이란 과정을 거쳤다"며 "국내 대표 기업들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이라는 중요한 안건을 사전 검토나 논의 없이 돌발적으로 안건화하고 의결하는 것은 연기금의 정당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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