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놀란 총수들의 만남…그 뒤엔 '이것'이 숨겨져있다[분석+]

입력 2021-01-31 09:00   수정 2021-01-31 09:20


기업 총수들이 연일 만난다. 업계 라이벌도, 다른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합종연횡을 통해 새 먹거리를 찾아나섰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이 영역을 허물고 연쇄 회동에 적극 임하는 배경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만큼 생존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X 이해진 네이버 GIO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최고경영자(CEO)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28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를 찾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배석했다.

핵심 계열사 대표를 대동한 만큼 단순 안부를 묻는 차원이 아닌 사업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강자인 신세계와 온라인 쇼핑 거래액 1위 네이버가 동맹을 맺을 경우 국내 유통시장 판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돼 눈길이 쏠린다.

신세계는 카카오에 이어 11번가로 장보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GS프레시몰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손잡고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두 회사가 노리는 분야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만큼 이번 만남을 계기로 본격 협업이 시작될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린다.

오픈마켓 론칭을 준비 중인 신세계가 네이버 스토어팜 제휴로 노선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세계는 지난해 론칭을 목표로 '쓱 오픈마켓(가칭)'을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약관에 통신판매중개업을 추가했고, 금융감독원에 전자금융업 등록 승인도 받았다.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자회사 신세계페이먼트와 간편결제 SSG페이도 흡수했다.
최태원 SK 회장 X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회동했다. 두 회장은 오찬 후 제철소 현장을 둘러본 뒤 도시락 나눔 봉사활동을 했다.

이번 만남은 포스코가 봉사활동에 최태원 회장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두 회장은 2019년 12월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이라는 주제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 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기업시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에 '사회적 가치'를 언급해온 최태원 회장이 특별 강연자로 참석한 것.

첫 회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엔 두 사람이 직접 봉사활동을 실천했다. 이날 마련된 포스코의 봉사활동은 SK그룹이 최근 시작한 '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와 성격이 비슷하다. 코로나19 시대에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공통분모가 있다.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의 만남은 단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힘을 합칠 만한 차세대 먹거리가 있어서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그룹 차원에서 수소에너지 사업을 위해 최태원 회장 직속으로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중국 1위 완성차 업체 '지리'와 공동펀드를 조성해 전기차와 수소 사업 투자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SK이노베이션 등 국내외 배터리 기업에 양·음극재를 공급하는 물론 수소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해 탈탄소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친환경'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두 기업의 계획에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의 잇따른 스킨십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X 신동빈 롯데 회장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25일 경기 의왕에 있는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을 방문해 신동빈 회장과 롯데케미칼 이영준 첨단소재 사업 대표이사를 만났다. 정의선 회장은 이 자리에 그룹 임원진을 대동했다.

두 회장은 의왕사업장 내 제품전시관과 소재 연구관을 차례로 돌면서 롯데케미칼의 설명을 들었다. 의왕사업장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고기능 합성수지 소재와 건축·인테리어·자재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는 곳이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현장 경영 차원에서 롯데케미칼 사업장을 방문하는 자리에 정의선 회장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당시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봤다.

정확한 회동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동차 신소재 개발 분야의 협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의왕사업장이 고기능 첨단소재 연구개발에 중점을 둔 곳인 만큼 현대차 자동차에 롯데케미칼의 첨단소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의선 회장은 신동빈 회장뿐 아니라 최태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배터리3사 그룹 총수와 잇따라 회동하며 다른 기업과의 협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결정권 가진 총수들 만나야 빠른 대응 가능"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산업의 큰 틀이 바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에 맞춰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대전환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제3의 물결'이 도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앞으로는 기업이 한 가지만 하는 일은 무의미해질 정도로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그룹 간 사업협력이나 위기대응 공동모색 등 회동이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총수들 간 회동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경제 변화가 심하다는 방증"이라며 "그룹별로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힘을 합치고 전략적 협력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많아지고, 우리 기업들도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상황에서 총수들 간 회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사업 환경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결정권을 가진 총수들이 이처럼 자주 만나는 것은 점점 빨라지는 변화 속도에 대응하려는 측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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