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586, 북한식 전체주의적…전대협처럼 나라 운영"

입력 2021-02-03 09:24   수정 2021-02-03 11:46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명성’대로 날카로웠다. 진보에 대한 비판은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이며 매서웠다. 여권을 향해 “자유민주주의적 사고방식 없는 북한식·전체주의적”이라며 “여당 의원들은 다수결을 위한 기계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집권 586(1960년대생·80년대 학번·50대)에 대해선 “전대협처럼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겨눴다. “더불어민주당에 자유주의가 사라졌다”며 “광기에 사로잡힌 집단에 의해 통치하는 게 정상이냐”고까지 했다. 보수에 대해선 “비전도 없고 대중을 사로잡을 능력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를 주로 비판하다가 진보 진영에 날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국 사태 때문이죠. 더불어민주당 자체가 리버럴 정당의 정체성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조국 사태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그전부터 ‘나꼼수’의 선동 정치에 의존하는 등 조짐은 있었죠.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 윤미향 사건 처리 등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의 정체성에서 자유주의 정당이 사라졌어요.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했지만 자기 철학이 있는 분이 아니고 586에 얹혀 가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특정 정당 대표가 아닌 국민 전체의 시각에서 조국·윤미향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판단을 내려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이분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죠.”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586에 얹혀 가겠습니까.

“친노 폐족 세력을 부활시켜야 하는데 내세울 카드가 없으니 정치하기 싫다는 문 대통령을 억지로 끌어다 시킨 것 아닙니까. 정치를 하려면 두 개가 필요하죠. 비전과 권력 의지입니다. 문 대통령에겐 두 개 다 없어요.”

▶대통령이 논란이 많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굳이 기용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친노·친문 세력의 대선 카드였죠.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친문이 아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불안하죠. 이 지사는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친문을 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겁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2심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부랴부랴 조 전 장관을 대타로 내세운 거죠. 민정수석만 하고 바로 대선에 나가긴 부족하잖아요. 법무부 장관을 시켜 검찰 개혁 훈장을 달아주려고 한 겁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헛똑똑이 같아요. 형법을 전공했기 때문에 법을 잘 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가족 의혹들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법적으로는 얼마든지 방어해 낼 수 있다고 착각한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이 조국 사태 때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얘기는 뭡니까.

“대통령의 윤리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적으로는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죠.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사감을 표현하면 안 되죠. 공인 의식이 희박한 사람입니다. 자기 사람을 못 내쳐요. 친구를 왜 울산시장을 시키려고 합니까. 청와대로 부르든지, 임명직을 주든지 하면 되죠.”

▶보통 그 정도로 논란이 되면 스스로 사과하고 그만둘 텐데 조 전 장관이 그러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오인하는 거죠. 자기는 항상 정의로운 것으로 포장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드러나는 것은 불공정입니다. 세상과 언론·법원·검찰이 잘못됐다는 논리로 가는 겁니다. 조국 개인만이 아니라 지금 민주당 전체가 그런 증상에 빠져 있습니다. ‘탈진실’이죠.”

▶조국 수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어떻게 봅니까.

“민주당이란 정당이 전근대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아는 게 아니라 충성심만 있으면 누구든 시켜주는 거죠. 전근대적인 머슴 관계입니다. 돌쇠 같은 사람들을 갖다 쓰잖아요.”

▶애초부터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이 위조됐다고 주장해 주목받았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표창장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치공학적으로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믿어버리는 거죠. 나는 표창장이 위조된 것을 알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연락해 ‘이건 공적 관점에서 절대 해선 안 된다’고 했죠. 민주당이 그렇게 정리했으면 검찰이 목숨을 걸고 매달리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는 물론 조국 본인을 위해서도 좋았을 겁니다. 그러나 허구의 세계를 유지하려다 보니 법정에서도 계속 거짓말을 한 거죠. 결국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가) 중형을 선고 받았죠. 개인을 위해서도 불행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게 한 게 유시민 같은 사람들입니다. 당에서도 말렸어야죠. 내 전화에 민주당 의원들은 ‘나는 모르겠다’, ‘나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라고 피하더라고요. 기가 막혔습니다. 여권에 굉장히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보세요. 청와대 사람들이 온갖 범죄에 연루돼 있어요. 한두 사람의 일탈이 아닙니다. 586 세력들이 전대협 시절처럼 나라를 운영하는 거예요. 시민 사회 상식에 못 미치는 거죠. 그들의 사고방식이 북한식·전체주의적이다 보니 우리 사회가 1987년 이후 이룩한 시민 사회의 기준에 미달합니다. 그러다 보니 법원·검찰·감사원과 충돌하고 언론과 부딪치죠. 한두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당 세력 자체가 그런 겁니다.”

▶전체주의적이라는 표현은 과한 것 아닙니까.

“아니죠. 그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 사고방식이 없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통치 행위, 선출된 권력이라든지…. 민주주의라도 선출된 권력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죠. 선출된 권력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대통령을 선출한 사람이 43%밖에 안 되기 때문이죠. 법원·검찰·감사원 조직은 국민들의 눈입니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하는데 법원·검찰·감사원 보고 자신들에게 종속되라고 합니다. 이런 관념 자체가 인민민주주의입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감사원을 향해 ‘안방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거죠. 자기들이 주인인 줄 압니다. 그러니 심부름이란 말을 쓰죠. 법원·검찰·감사원은 선출된 권력에 심부름하는 조직이라는 겁니다. 전형적인 전체주의 국가 모습이죠. 민주당이 자기 당 소속 단체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해 놓고 서울시장·부산시장에 후보를 낸 것도 당헌을 고쳤는데 뭐가 문제냐고 합니다. 황당합니다. 그러면 국민투표를 거친 유신헌법은 왜 비판합니까. 이게 민주당 사람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잘못이라는 것을 본인들은 몰라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사람들 정치 교양은 박정희 정권 때 군사 교육을 받았고 그다음 이들이 받아들인 것이 민중민주주의죠. 1987년에 딱 머물러 있는 겁니다. 법사위도 의회주의 전통에 따르면 야당에 주게 돼 있는데 그들이 차지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권리는 없어요. 자기 생각이 틀릴 수 있고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생각은 다르지만 합의점을 찾아내 법안을 통과시켜야 안정성을 갖습니다. 이게 자유민주주의죠. 그러나 민주당은 다수결을 위한 기계가 돼 버렸어요. 지도자와 팬덤이 직접적으로 결합해 다른 기관들은 기득권 세력이라고 공격합니다. 운동권 문화는 조직 보위 차원에서 문제점이 있으면 덮어줍니다. 그게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서 민주당 사람들이 국가를 운동 조직 운영하듯 한다는 겁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집단에 의존해 통치하는 게 정상입니까.”

▶집권 586 세력들이 왜 기득권화됐다고 봅니까.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후 9년 굶주렸다가 이번에 다시 결착됐죠. 다 뺏겨선 안 된다며 결사적인 이익 공동체가 돼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식인 사회가 죽었죠. 시민 단체들도 결국 권력층이 돼 버렸어요.”

▶팬덤이 예전에도 있었지만 친문 팬덤이 극성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뭡니까.

“첫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잘못 처리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가족 비리가 터졌을 때 ‘이제 여러분은 저를 버려야 한다’고 했죠.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겁니다. 그다음 서거하면서 ‘그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원한의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거꾸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우리는 더러우면 안 돼?’ 이렇게 돼버렸어요. 잘못 코딩된 겁니다. 디지털 시대 부족화·종족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이질적인 것은 배척하고 순수 동질적인 사람만 모이게 되면 그 안에서 과격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득세하게 되죠.”

▶우리 사회가 너무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심해요. 진보든 보수든 그 시대 국가가 요구하는 과제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상대 정책도 끌어와야죠. 때론 자기 정책도 포기해야 합니다. 중도층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보수는 국가주의적 방식, 즉 자신이 조국(祖國)이고 상대는 빨갱이라는 식의 태도에서, 진보는 민족주의를 외치면서 저쪽은 토착 왜구라고 배척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문 대통령의 기자 회견을 유체 이탈 화법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이죠.

“검찰총장에 대해 우리 정권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 얘기를 진작 했어야죠. 징계 재가까지 해 놓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원전도 감사를 못하게 얼마나 방해했습니까. 대통령이 진작 정리해 줬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하니 황당하죠.”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에 대해 교통정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굉장히 큰 사건입니다. 국민 참정권을 건드린 헌법적 문제입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신라젠, 월성 원전 문제 모두 대통령 관련 사안입니다. 수사가 치고 올라오니 굉장히 불안했던 것 같아요.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에 목숨 걸고 윤 총장을 쫓아내려고 했던 거죠.”

▶보수의 문제는 뭐라고 봅니까.

“비전이 없어요. 자기들을 객관화할 능력이 없습니다. 임종석·이인영이 옛날 주사파일 수는 있지만 언제 얘기입니까. 비서실장·의원·장관 하면서 검증이 끝났어요. 다만 아직 전체주의적 사고와 북한에 대한 낭만주의적 생각이 남아 있는 겁니다. 그것을 공격해야죠.”

▶보수는 싸움의 기술이 떨어집니다.

“진보와 달리 프레임에 대한 인식이 없습니다. 보수가 옛날 집권할 때 통치 수단은 무력이었습니다. 군대·경찰·검찰·안기부·보안사가 있었죠. 말을 듣지 않으면 잡아 가두면 되니 설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을 사로잡는 능력이 없는 거죠. 반대로 진보는 믿을 것이 대중밖에 없어 만날 프레임을 짜고 정세를 분석하고 선전·선동하는 겁니다. 보수가 이들을 어떻게 당해 낼 수 있겠어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거버너로서는 능력이 출중한데 포퓰리스트적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은 위험스럽습니다. 관철하고 돌파해 낸다는 이미지가 강하죠. 다음 리더는 통합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에는 맞지 않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신천지 교회에 쳐들어갔습니다. 위험합니다. 갈라치기 하는 거죠. 방역에 협조하지 않은 신천지교회가 얄미워도 거기에 쳐들어가는 것은 탈법적·초법적입니다. 대중은 그러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에 편승해 ‘시원하다, 이재명밖에 없다’는 선전·선동에 의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특정한 사람들을 적폐로 만들어 버리고 대중의 분노를 이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식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이 정권이 하고 있는 상황이 극대화되고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그런 리더십으론 안 됩니다.”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은 어떻습니까.

“당이 잘못되고 있잖아요. 쓴소리하는 사람을 배척하고 비판의 목소리와 피드백이 없으니 시스템이 망가졌고 막가는 겁니다. 이럴 때 차기 주자가 나서 선을 그어 줘야 하는데 친문에 사로잡혀 자기 색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합의 정치를 하려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주면 됩니다. 그러면 인기가 올라갈 거예요.”

▶윤석열 총장이 대선에 나올 것으로 봅니까.

“나오지 않을 겁니다. 지금으로선 검찰총장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그의 선택에 달렸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약력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 미학과·대학원 미학과 졸업. 독일 베를린자유대 언어철학 박사과정 수료. 아웃사이더 편집위원·편집주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SBS 전망대 진행.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홍영식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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