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또…"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전문]

입력 2021-02-01 11:19   수정 2021-02-01 11:20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또 역사왜곡 지적을 받았다.

1월 31일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에서 흑사병을 다룬다기에 어제 부분적으로 보고, 오늘 아침 재방송으로 다시 봤다"며 "이건 정말 아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하였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며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또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며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냐"고 반문했다.

잘못된 사료 해석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프로그램에 소개한 점, 강의 전반에 깃든 중세에 대한 판견 등도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며 "설민석이 문제인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 교수가 지적한 '벌거벗은 세계사' 내용은 지난 30일 방송됐다. '흑사병'으로 불린 '페스트'를 주제로 기원부터 확산 과정 등을 소개했다. 강연자로는 장항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나섰다.

박 교수는 이날 방송에 자문으로 참여했다고 밝히며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며 "그럴려면 이름은 왜 넣겠다고 했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면서 "역사가 방송에서 고생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벌거벗은 세계사'의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도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자문에 참여해 방송을 시청한 후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내가 자문한 내용이 잘 반영이 안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보지 말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에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사과했고, 설민석이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면서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설민석이 논문 표절로 하차한 후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재정비 시간을 가졌고, 매회 각 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성격을 전환했다.
다음은 박흥식 교수 글 전문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에서 흑사병을 다룬다기에 어제 부분적으로 보고, 오늘 아침 재방을 다시 봤다.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하였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던가? 통계나 병인학적 측면에서도 최근 해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카파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

강의 전반에 깃들인 중세에 대한 편견은 또 어떠한가? 그리고 흑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희망이 시작되었다고?(동시대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따지자면 르네상스가 시작한 후 흑사병이 발생하였죠.)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

설민석이 문제인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 그럴려면 이름은 왜 넣겠다고 했는지..)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 아니면 프로그램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이라도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하다. 그냥 즐거운 오락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역사가 방송에서 고생이 많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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