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콜센터 파업 첫날 "건보료 올려놓고 전화 안받냐" 분통

입력 2021-02-01 11:51   수정 2021-02-01 13:07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 파업으로 전화 연결이 어렵습니다. 잠시 후 다시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1일 건강보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들려오는 신호음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씨는 "건강보험료 관련 문의를 하려고 오늘 아침 10시부터 고객센터에 다섯 번 넘게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안 된다"며 "건보료를 올려놓고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라는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부터 건보 가입자의 불편이 폭증하리란 건 예고된 바였다. 지난달 27일 건강보험 전화 문의·상담 서비스를 하는 고객센터 소속 직원들이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전체 직원은 1620명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된 조합원 940명이 이날 일제히 파업을 단행했다. 비노조원 700여명은 근무하고 있지만 정상 근무 인력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고객센터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매달 첫째주는 전월 건보료 납부 기간이라서 고객센터 문의가 많은 때다. 더구나 1월 보험료는 올해 인상된 건보료율이 적용되는 첫 달이어서 평시보다 문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건보료를 올려놓고 문의를 안받으면 어떻게 하냐는 불만이 폭증한 이유다. 정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매출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건보료까지 올라 보험료 납부 유예가 가능한지 문의를 하려 했으나 연결이 안돼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고객센터 직원은 오는 9일까지 파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가입자 불편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원들이 파업을 단행한 이유는 '공단 직접고용'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고객센터 직원은 공단 소속이 아닌 민간 협력업체 직원이다. 이들은 고객센터와 공단 간 협업 업무가 많은 데다, 가입자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 차원에서도 직고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숙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르면 연속성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 위탁업체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며 "2019년부터 공단 직고용을 요구해왔는데 공단이 계속 무시해서 파업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에 그치는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것도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파업이 '제2의 인국공 사태'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국공 사태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보안검색 요원 등 위탁업체 근로자 2100여명을 직고용하기로 한 뒤 청년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반발이 크게 일었던 사건이다. 청년들은 대규모 직고용으로 신규 채용 문이 좁아질 것이 우려되고, 직접고용 절차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경우도 건보공단이 파업에 따른 압박을 못 이겨 직고용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벌써부터 청년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의 공단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나흘만에 3000명 넘는 동의 의견이 달렸다. 글쓴이는 "고객센터 직원들은 소속회사 내 '정규직' 직원"이라며 "사기업의 정규직 직원을 준정부기관에서 직고용 해줘야 한다는 법의 근거도 없거니와 그런 근거가 있는 법률이 있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강보험공단의 공정한 채용 절차를 무시하며 사기업 정규직 직원이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저를 포함해 공단에 입사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의 노력을 짓밟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적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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