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脫정치화 시급한 에너지 전환

입력 2021-02-02 17:46   수정 2021-02-03 00:18

인류 문명 발전의 고비마다 에너지 전환이 있었다. 철기시대는 금속을 녹일 정도의 고온을 낼 수 있는 목탄을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18세기 산업혁명의 불쏘시개는 석탄이었다. 그 이후 이어진 2차, 3차 산업혁명은 석유의 발견, 전기의 발명과 함께 가능했다.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에너지 전환은 과거와 차이가 있다. 과거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 신기술의 발달과 같은 공급 측면의 혁신이 동기가 된 반면, 이번에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수요 측면의 에너지믹스 변화가 동기가 되고 있다. 추진 과정도 다르다. 과거에는 새로운 에너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진 반면, 이번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성으로 말미암아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기후변화를 방지하려면 탄소중립 에너지믹스를 구축해야 한다. 소위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높여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재 기술수준에서 무탄소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외에는 없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의 구체적 모습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원전을 포함해 현재 이용 가능한 모든 저탄소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신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고 한다. 독일과 영국은 대표적인 에너지전환정책 표방국가이나, 원전에 대한 정책방향은 정반대로 설정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현존하는 모든 원전설비를 폐쇄하는 가장 강력한 탈원전 국가인 반면, 영국은 원전을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여기며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2~24%까지 높일 뿐만 아니라, 원자력 비중도 현재 6%에서 20~22%로 상향 조정하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도 현재 5% 정도인 원전의 발전량 비율을 5~6배 확대함과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을 대폭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각자의 환경에 따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독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국이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가운데, 원자력을 포함한 기존 에너지원은 어느 것 하나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원자력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 에너지믹스를 계획하고 있다. 정치적 이념이 되다시피 한 탈원전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모두 현재 기술로는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단점을 갖고 있으나 무탄소에너지로서의 장점을 공유하고 있다. 애초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장단점 비교는 없었다. 원자력의 강점은 애써 축소하고 약점만 과장하는 정치적 주장만 있었을 뿐이다. 탈원전은 정치화된 에너지정책의 전형이다. 정치화된 탈원전이 현실과 맞닥뜨릴 때 파열음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탄소중립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것도, 최근 9차 전력수급계획의 전기수요 전망이 발표 열흘 만에 180만㎾나 빗나간 것도, 한전의 대규모 적자도 정치화된 탈원전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착한 에너지, 원자력은 나쁜 에너지라는 따위의 유치한 정치적 프레임은 걷어치워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적대 관계가 아니라 경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현 세대에서 해결될 단기적 문제가 아니다. 미래 세대가 어떤 해결책을 찾아낼지 아무도 모른다. 현 세대가 할 일은 미래 옵션을 늘려놓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경제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옵션을 현재의 정치적 논리로 함부로 제거해서는 안 된다. 탈원전보다 탈정치화가 급한 에너지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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