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폭증'에 결국 고용보험기금 바닥…이자만 1300억

입력 2021-02-03 12:00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고용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적절한 시점에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단계적 인상 검토" 발언 이후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차관은 지난 2일 '2021년 고용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최근 고용보험기금 지출 추세나 전망을 봤을 때 재정건전화 문제는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기금 지출 구조조정과 관련 목적에 맞지 않는 일부 사업은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문제를 협의 중인데, 일반회계도 최근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기재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고용보험료율 인상 검토 배경을 밝혔다. 고용보험료율은 2011년 4월 1.1%(사업주와 근로자가 0.55%씩 부담)로 오르면서 1%대로 올라선 이후 2013년 7월 1.3%, 2019년 10월 1.6%로 높아졌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해 7월 노사정 협약 당시 기본적으로 보험료율 인상 방향으로 접근을 하되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노사정이 함께 논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상 시기와 관련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추가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상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고용보험기금 고갈 방지와 고용보험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한 재정건전화 방안을 상반기 내 마련하겠다"면서도 "한창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시행하기엔 어려운 측면도 있어 제반사정을 감안해 보험료율 문제에 접근하겠다"고 했다.
올해까지 내줘야할 이자만 1330억원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고용보험기금이 사실상 바닥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충격으로 고용보험기금이 사실상 고갈된 가운데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할 이자만 1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긴급 대출한 금액에 대한 이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보험 보장성 강화로 기금 소진 속도가 빨라진데다 1000억이 넘는 이자 부담까지 생기면서 고용보험기금이 '밑 빠진 독'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고용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고용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대출한 금액은 지난해 4조6997억, 올해도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빌려올 계획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고용시장을 강타하면서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크게 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사실상 고갈됐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공자기금 대출을 제외하면 7조9389억원으로 이미 적립금은 바닥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8조원 가까운 대출이 '무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공자기금에 상환한 이자는 221억원, 올해 신규 대출분까지 감안하면 연말까지 이자만 1330억원 이상을 물어야 한다. 공자기금은 각 부처 기금의 여유자금, 국채 발행 수입 등을 재원으로 하는 '공공기금의 기금'으로, 기획재정부가 관리주체다.

고용부는 코로나19 고용충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은 경기 변동에 따라 지출 구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다"며 "향후 노동시장 회복 등을 고려해 최대 예수기간(10년) 내에는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낸 고용보험료를 주수입원으로 한다. 현행 보험료율은 1.6%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8%씩 부담한다. 이렇게 모아둔 보험료는 실직자에게 실업급여를, 기업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 노동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게 제1목적이다. 고용보험기금은 2007~2011년 당시 금융위기 여파로 적자 상태였다가 2012~2017년 6년간은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인 2018년 8082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9년에는 2조87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게 그 이전부터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늘면서 건전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초 "고용보험기금의 건전성 위협 요인을 깊이있게 분석하고 적절하게 예측, 관리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이례적인 신년사를 낸 배경이기도 하다.
"빚낸 돈을 빚내 기금 운영하는 꼴"
고용부는 지난해 8월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하자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2조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만 4조6997억원을 가져다 썼다. 이자 지급액만 8월 100억원, 9월 33억원, 10월, 55억원, 11월 32억원 등 총 221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대출액의 이자율은 연 1.365~1.432%였다. 공자기금 대출 이자율은 분기별로 조정되는데, 연 1.4%로 가정하면 지난해 대출액에 대해 올해 내야할 이자만 66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고용부는 올해도 3조2000억원 추가로 빌려올 예정이다. 같은 이자율로 계산하면 약 450억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17개월간 고용보험을 운영하기 위해 빌려온 돈의 이자만 총 1330억원이다.

1994년 설립한 공자기금은 각 부처 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관리하고 국채 발행 및 상환 등을 목적으로 만든 '기금의 기금'이다. 재원 또한 다른 기금을 예탁받거나 국채 발행 수입 등이다.

고용부가 사상 처음으로 공자기금 대출을 감행한 것은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폭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사실상 바닥나 지급불능 사태에 임박했기 때문이다. 보험료 수입에서 지출을 뺀 고용보험기금 수지는 2017년 6755억 흑자에서 2018년 -8082억으로 돌아선 이후 2019년 -2조877억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공자기금 대출을 제외하면 지난해에는 -7조9389억원(국회 예산정책처)의 적자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0조 2544억원에 달했던 적립금도 지난해 바닥이 났다.

국회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의 공자기금 대출은 결국 정부가 빚낸 돈을 또 빚내 기금을 운영하는 꼴"이라며 "이자부담액 1300억원이면 취약계층 대상으로 별도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일반회계 전입금도 역대 최대
공자기금 대출 뿐만이 아니다. 기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일반회계의 고용보험기금 전입금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에 들어온 세금(일반회계 전입금)은 1조1502억원이었다. 2017년 907억원, 2018년 902억원, 2019년 1402억원에서 8배 이상 늘어난 이유는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청년 대상 고용장려금 사업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중소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1인당 연간 900만원씩 3년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다. 고용부는 지난해 이 사업에만 1조4259억원을 편성했으나, 신청이 몰리면서 9월에 예산이 바닥나 지원이 중단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일반회계의 고용보험기금 편입을 놓고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보험법에 '보험사업 비용의 일부를 일반회계에서 부담한다'는 조항(5조)이 있긴 하지만 실직자 실업급여와 근로자 고용유지지원금을 일반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다. 지난해 일반회계의 고용보험기금 전입금 1조1502억원 중 9800억원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을 포함한 '청년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지원' 항목이었다.

한 대형로펌의 고용분야 전문위원은 "고용보험 재정 적자는 크게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증가, 보장성 강화, 정부의 장려금 사업 확대 등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됐다"며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민관 어디에서도 재정 효율성에 대한 사전·사후 검증 절차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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