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구 쓰고 또 올리는 건보·고용보험료…가입자가 봉인가

입력 2021-02-03 17:30   수정 2021-02-04 00:14

고용노동부가 어제 새해 업무보고에서 고용보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보험료 인상을 또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용보험 부족분을 일반회계로 메워왔으나 재정사정 악화로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 경제위기 때문에 당장 인상은 어렵고, 기금 고갈 방지방안을 마련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고용보험료율은 현 정부가 2019년 1.3%에서 1.6%로 올렸다. 그런데도 2017년 10조원을 넘던 기금 적립금이 3년 만에 사실상 ‘고갈’된 것이다. 코로나 충격을 감안하더라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급여 지급액 인상에다 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방만한 사업이 한데 엉켜 적립금을 순식간에 헐어먹은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종사자, 자영업자 등으로 총 2100만 명까지 가입자를 늘려 ‘전 국민 고용보험’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전 국민 상병수당(일하다 다치거나 병이 났을 때 따로 받는 수당) 도입까지 외치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7년 6.12%이던 건강보험료율은 4년 연속 인상돼 6.86%까지 올랐다. 그런데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2026~2028년에는 건보기금 적립금이 바닥 날 전망이라고 한다. 초음파검사, 2인 병실 등 비급여 항목까지 무리하게 급여화한 ‘문재인 케어’의 퍼주기식 건보정책의 후유증이다.

사회보험료는 준조세나 다름없어, 급격한 인상은 가처분 소득을 갉아먹게 마련이다. 이렇게 ‘국민부담률’을 급속도로 높여버리면 논란 많았던 소득주도 성장도 의미가 없다. 인상률이 너무 가파르다는 것도 문제다. 2017~202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인데 고용보험료는 23%, 건보료는 12% 오른 셈이다. 근로자들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는데 노동계에선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도 의아하다.

결국 생색은 정부가 다 내고 부담은 가입자에게 전가한 꼴이다. 차제에 고용보험의 본래 취지를 돌아보면서 운영방향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입자 보험료로 실업에 대비하는 고용보험 제도의 근간을 살리고, 정부의 선심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앞에선 ‘신(新)복지국가’를 내걸면서 실상은 가입자를 ‘봉’으로 여기는 이율배반은 더 이상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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