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텀블러 받았다" 아우성…'성과급 불만' 도미노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입력 2021-02-04 15:36   수정 2021-02-04 22:45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좋은 뜻으로 시작된 기업 성과급 제도가 '노사 갈등' 이슈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말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다른 기업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간 누적된 성과급 산정 관련 불만과 '실리'를 따지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영향이 크다. 산업계에선 금액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경영진과 직원 간 '불통'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급'으로 내홍을 겪엇던 SK하이닉스는 4일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추가 성과급을 주고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과거보다 투명하게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본급의 400%’로 결정된 성과급에 대해 직원들이 반발하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성과급(PS) 제도를 개선하고 우리사주와 복지포인트를 구성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날 오후 경기 이천 본사에서 협의회를 열고 성과급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EVA(경제적부가가치·영업이익에서 미래 투자금, 법인세 등을 뺀 것)’에 기초해 결정했던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연동해 지급할 계획이다. 그간 SK하이닉스 직원들은 “EVA 산정식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우리사주를 발행해 직원들에게 시장가보다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기로했다. ‘기본급의 200%’에 상응하는 혜택을 줄 계획이다. 예컨대 기본급이 200만원인 직원이 자사주 1000만원 어치를 회사로부터 산다면, 400만원 할인한 600만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300만원 상당 사내 복지포인트도 임직원들에게 지급된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지난달 28일 ‘연봉의 20%’로 성과급이 결정되자 “산정방식을 공개하라”며 반발했다. 이날 이석희 사장(CEO)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향후 경영 방향은 공정함과 투명함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하지만 대졸 공채 직원을 뜻하는 '기술사무직'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민주노총 산하로 조직으로 2018년 9월 출범했지만 정식 교섭단체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원이 성과급률을 조정할 수 있는 '셀프디자인제도' 개선, '성과급 산정방식 투명화' 등을 요구했다.
본사만 '텀블러'? 계열사들 불만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를 이뤘지만 '성과급 논란'은 다른 기업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직원들이 잇따라 사내 게시판 등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OPI(초과이익분배금) 지급률이 '연봉의 37%'로 결정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선 '차별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성과급률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50%)나 같은 소비자가전(CE)부문에 속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50%)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 지붕 아래 있었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간에는 서로의 성과급 잠정안(LG화학 300~400%, LG에너지솔루션 245%)을 비교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기업은 최근 직원들에게 '텀블러'를 지급했다가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본사 직원만 받았다"는 불만이 나왔고, 결국 계열사에도 텀블러를 나눠주기로 했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은 최근 위원장 명의로 박정호 사장(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OPI 지급률이 14% 수준이지만 큰 잡음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매주 여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OPI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직원들에게 '비교적 투명한 정보'를 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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