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배당률이 7년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 충격에 대비하라며 순이익의 20% 이하만 배당하도록 권고한 탓이다. 이익공유제 등 은행권을 향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당까지 쪼그라들면서 주주들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로 재한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금융지주들이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은 2014년 첫 20%대 배당을 실시한데 이어 매년 배당 성향을 높여 왔다. 순이익이 올해보다 낮았던 지난해에도 이익의 26.0%를 배당했다. 올해 배당 성향은 2013년(20% 이하) 이후 7년만에 최저치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관치 금융이 국내 금융지주 주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익공유제와 대출 원금 감면 법안 발의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압박이 은행권에 이어지고 있다"며 "대표적인 배당주가 배당마저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주가는 더욱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KB금융을 제외한 신한, 하나, 우리금융 지주 종가는 일제히 전날 보다 하락했다.
KB금융그룹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사상 최대 이익(3조4552억원)을 낸 것은 대출과 주식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오는 5일 발표되는 신한금융지주의 실적에 따라 ‘리딩금융그룹’의 타이틀을 되찾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 권고로 배당이 대폭 축소된 만큼 자사주 매입 등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정책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단 은행의 순이익은 2조2982억원으로 지난해 보다는 소폭(5.8%) 줄었다. 대출을 통해 번 순이자 이익은 6조3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지만, 4분기 희망퇴직 비용(2190억원)과 추가 충당금 전입(약 950억원)이 더해지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은행의 수익 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순이자마진(NIM)은 1.51%로 전분기 대비 0.02% 올라갔다.
증시 호조로 KB증권도 높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은 4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5%나 뛰었다. 주식 거래대금이 늘면서 수탁 수수료가 2451억원에서 5953억원으로 급증한 덕이 컸다. 단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이 1639억원으로 같은 기간 30%나 내렸다. 코로나19로 투자 환경이 악화돼 투자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리딩 금융그룹’ 타이틀을 어떤 금융지주가 차지할지도 업계 관심거리다. 신한금융은 오는 5일 실적을 발표하고 배당 규모를 결정한다. 단 신한금융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조5273억원으로, KB금융 실적 보다 소폭 높았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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