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장을 실망시킨 '2?4 공급대책'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2-05 09:30   수정 2021-02-05 09:34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공급대책’임을 예고했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어제 공개됐습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이전에 발표된 대책들의 경우 발표 되고나면 각종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격론이 오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책이 나오기는 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반응이 미미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전 대책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시장에 왜곡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없는 요인들도 눈에 띕니다. 25번째 부동산 대책의 주목해야할 포인트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정리해 봤습니다.
① 현실성 떨어지는 공급규모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을 짓겠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죠.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건 엄연히 다른 얘기입니다. 확보를 목표로 삼은 부지들이 대부분 역세권?준공업지?정비사업지 등의 사유지들이기 때문에 정부 예측대로 토지 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83만’이라는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머물 공산이 큽니다.

정부가 “확보 가능하다”고 제시한 숫자들을 뽑아낸 방식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비사업지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구역에서 공급이 가능한 총물량(111만가구)을 추산한 뒤 여기에 공공재건축 및 재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단지의 비율(기대 참여율)을 임의로 적용해 공급물량을 산출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건축 사업시행 인가 전 단지에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 총 물량 22만 가구에 지난해 이뤄진 공공재개발 공모에 참여한 비율(25%)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5만55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겁니다.

그런데 과연 주요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들이 정부 예상대로 움직여줄까요. 당장 공공재개발과 달리 공공재건축의 경우 참여 희망 단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마당이고, 공공재개발 역시 ‘뚜껑’을 열어보니 메리트가 떨어져 포기를 시사하는 조합들이 늘어나는 판인데요.
② 또 나온 ‘투기수요 엄단’
시장에서 가장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이번 대책 발표 후 공공직접 시행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계약을 체결한 수요자들에게 입주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현금청산 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예상해볼 수 있는 부동산 시장 흐름은 재건축?재개발 요건을 갖춘 단지들에 대한 수요 위축입니다. 대책 후 매입한 단지가 공공 직접 시행 사업지로 지정될 경우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누가 용감하게 이런 주택을 새로 매입하려 들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비사업을 마친 새 아파트 매입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정부의 기대대로 조합들이 공공 직접 시행 사업에 매력을 느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공급확대에 그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급 효과는 보지 못한 채 또다른 풍선효과만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③ ‘청약추첨제’ 도입이 미칠 나비효과
이번 대책에서 무주택 예비 청약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게 2?4 공급대책에 포함된 방식으로 공급되는 전용 85㎡이하 주택에 추첨제를 도입하는 내용입니다. 현재 공공분양시 100% 순차제로 공급되는 것을 바꿔 30%를 추첨제로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가점제 방식의 현 청약 시스템 상으론 30대 부부들의 청약기회가 아예 봉쇄돼 젊은이들의 내집마련 꿈을 빼앗아 간다는 비판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추첨제 도입은 긍정적 요인도 큽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있습니다. 추첨을 통한 청약이 가능하려면 ‘3년간 무주택’ 요건을 충족시켜야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지난해 통과된 임대차법의 영향으로 전월세 시장이 아직 불안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전셋값이 단기 급등하고, 전세 수요가 매매수요로 바뀌면서 전세시장이 나름대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이번 대책 발표로 청약 대기수요가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면 다시 전셋값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점제 하에서 당첨을 노리고, 지속적으로 점수를 쌓아온 청약대기자들도 상실감도 고려돼야할 부분입니다.

총 45쪽에 달하는 이번 대책 보도자료(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엔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됐습니다. 다른 걸 차치하고 2?4 공급대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땅주인들의 협조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면제해주는 대신 ‘개발이익 공유’라는 새로운 규제가 끼어들어왔습니다.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부동산 불신’이 큰 상황에서 땅주인들이 이 같은 방식을 선뜻 받아들일까요.

많은 전문가들과 현장 관계자들은 설 연휴가 끝난 후부터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때 이번 대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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