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없이 LH가 직접 재건축·재개발 시행…서울 9.3만가구 공급

입력 2021-02-04 17:31   수정 2021-02-05 00:49


“공급쇼크 수준의 물량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확신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정부가 83만6000가구라는 역대 최대의 주택공급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정부는 △주택공급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수요가 몰리는 서울 도심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고 △노후 지역의 주거환경도 개선하기로 했다. 서울 공급 물량인 32만3000가구는 강남3구 전체 아파트 수와 비슷한 규모다.
재건축·재개발, 공공이 직접 한다

이번 대책으로 전국에 공급하는 83만6000가구 가운데 60%가량을 공공 주도 개발이 차지한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를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19만6000가구, 공공이 재건축·재개발을 직접 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13만6000가구다. 둘을 합하면 33만2000가구에 달한다. 전국 공급 물량에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신규 택지(26만3000가구)를 뺀 57만3000가구의 58%가량 된다.

정부는 우선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추진한다. 정부가 지구를 지정하기 때문에 조합이 필요 없어진다. 토지주와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사업을 제안하면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검토를 거쳐 예정지구로 지정한다. 예정지구 지정 1년 내 토지주 등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된다.

토지 소유자는 장래 부담할 신축 아파트 및 상가 가격을 기존 보유 자산으로 현물선납한 뒤 정산하게 된다. 이들 지역에 법적 상한의 최대 14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도시규제를 완화해준다.

정부는 토지 소유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들에게 기존 자체 사업 대비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아파트와 상가 우선 공급권도 준다. 토지주에게 보장한 추가수익 외 개발 이익은 공공이 환수한다. 이는 공공주택 마련 비용에 쓰거나 세입자·영세상인의 이주 및 생계지원, 지역사회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에 활용된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서울 11만7000가구, 전국 19만6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도 공공기관이 주민 동의를 얻어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기존 정비조합이 있는 곳에선 조합원 과반수의 요청으로 사업이 시행된다. 조합이 없는 지역에선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로 신청하고 1년 내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확정된다. 지자체 통합심의 등을 통해 기존 13년 이상 걸렸던 사업기간을 5년(이주 완료 시점)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를 통해 서울 9만3000가구, 전국 13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뉴타운 해제지역 등 개발 길 열려
공공 주도 개발로 기존 뉴타운 해제지역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정비구역의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선 창신, 장위 등 뉴타운 내 해제지역과 옛 마천2구역 같은 역세권 지역에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뉴타운 해제구역은 108개며 서울 내 재개발 추진지역은 303개, 재건축 추진단지는 329개다. 국토부는 이들 중 222곳을 ‘공공참여 우선추진 검토구역’으로 선정했다. 구로·영등포 등 서울 남서부 준공업 지역도 개발 가능성이 높다.

정비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 압구정과 은마아파트 등 알짜 재건축 단지에선 공공 주도 개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업을 통해 받는 혜택보다 공공성을 높이면서 잃는 이익이 더 크다고 봐서다. 기존 공공재개발 사업에 참여 의향을 밝힌 곳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에 공모한 전농동 전농9예정구역 관계자는 “공공 주도 정비사업은 공공재개발과 달리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하겠다는 내용이 아직 없다”며 “토지거래허가제도 기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주민 동의율이 낮은 곳에서 제한적인 관심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는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도입한다고 해서 기존 사업 방식이 없어지진 않는다”며 “서울의 경우 보궐선거 이후 나올 선택지를 보고 고민하는 조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이유정/강진규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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