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앱에서도 소셜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중입니다.”(이승건 토스 대표)
4일 새벽 2시. 글로벌 SNS ‘클럽하우스’의 한 채팅방에 200여 명의 회원이 모였다.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으로 꼽히는 토스의 이 대표와 차기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는 지그재그의 서정훈 대표 등이 나누는 음성 대화를 듣기 위해서다. 얼굴은 나오지 않는 이 ‘목소리 채팅방’에서 이 대표는 토스가 최근 시도하는 사업과 기업 문화 등을 털어놓기도 하고, 클럽하우스의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방에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도 청취자로 참여했다.
‘1 대 다수’로 소통하는 팟캐스트와 달리 ‘다수 대 다수’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카오톡의 ‘그룹콜’ 기능과 비슷하지만 나와 친구(팔로어)가 아닌 사람과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용자들은 언제든 여러 방에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방을 개설할 수도 있다. 방을 만든 사람(모더레이터)은 누가 대화에 참여할지를 결정하고, 관심 있는 사용자는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이용자는 내가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열광한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원숭이의 두뇌에 칩을 심는 데 성공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인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머스크가 참여한 방은 한도 인원 5000명을 꽉 채우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 방에서 “뉴럴링크(Neuralink)가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원숭이는 마음을 이용해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설립한 바이오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다.
한국에서는 ‘레인보우’ 지숙, ‘클래지콰이’ 호란 등 유명 연예인은 물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같은 정치인도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이 서비스를 이용한 박 전 장관은 “(클럽하우스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정책의 사각지대를 찾아낼 수 있었다”며 “서울시장 출마도 응원받아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특정 자격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점도 인기 요소다. 가입만 한다고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이용자가 초대장을 보내주거나, 이미 가입한 지인이 입장을 허용해야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초대장도 한정돼 있다. 처음 가입했을 때 단 두 장을 받을 수 있으며, 활동을 많이 해야 초대장을 더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는 초대장 없냐’는 요청 글이 수두룩하다. 초대장을 사고파는 거래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클럽하우스가 차세대 대표 SNS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는 “영상 채팅에 지친 사람들이 얼굴과 옷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적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음성 채팅에 열광하고 있다”며 “음성형 트위터 형태의 클럽하우스가 ‘줌’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남영/김진원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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