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인 골리앗은 양치기 소년 다윗의 돌멩이에 쓰러졌다. 골리앗은 청동투구를 쓰고 전신 갑옷을 둘렀으며, 키가 무려 210㎝에 달했다. 갑옷은 그 무게가 45㎏을 충분히 넘었으며, 적의 방패와 갑옷을 한 번에 뚫을 수 있는 창과 칼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다윗은 양치기 지팡이와 매끄러운 돌 다섯 개가 전부였다. 이후의 이야기는 알려진 바와 같다. 가죽 투석주머니로 들어간 다윗의 돌멩이는 투구 사이에 노출된 골리앗의 이마로 향했고,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다윗은 기절한 골리앗의 칼을 빼앗아 목을 베었다.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은 GM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산업부문에서 많은 기업이 디지털 다윗을 경쟁상대로 인정하고 맞서 싸우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 노력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조직 차원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3000년 전 다윗의 돌멩이가 오늘날 데이터와 인공지능임을 깨닫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기존 기업은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 자산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보유할수록 더 많은 알고리즘 우위를 획득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진다. 이는 핵심사업을 디지털 다윗에 뺏기지 않는 한편 인접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원자재가 됨을 깨달았다. 이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큰 혁신과 작은 혁신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이해했다. 재정적 능력이 부족한 디지털 다윗과 달리 혁신의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 제약이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이 가진 막대한 자금력은 GE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프레딕스나 BBVA의 대규모 디지털 뱅킹처럼 과감한 하향식 혁신의 근간이 된다. 동시에 디지털 다윗기업들의 장점인 상향식 혁신을 도입할 수 있다. 직원에게 혁신에 대한 권한을 부여해 조직의 리더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기업은 현명한 자기잠식을 통해 안정과 변화의 균형을 유지할 힘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면서도 인적 및 금융 자본을 별도의 채널에서 조달하는 모습들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비즈니스를 재정의하고 기업의 목표부터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디지털 다윗들은 매일 각성하고 고객과 직원, 주주들의 마음을 빼앗아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너무 강력해져 대적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답을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파산한다는 헤밍웨이의 통찰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본질적인 변화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때 디지털 다윗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이 경쟁 질서의 재편 불러와대기업도 기존 기업의 장점 활용
디지털 혁신 대열에 가세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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