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간 최대 TV광고 대목으로 꼽히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서 올해 광고주가 대거 세대교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성장한 신흥기업이 새 광고주로 떠오른 반면, ‘터줏대감’이었던 기성기업 일부는 올해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CNBC는 오는 8일 열리는 슈퍼볼에 여러 기업이 새 광고주로 나선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이 코로나19 이후 큰 성장세를 기록한 비대면경제 기업이다. 음식 배달 모바일플랫폼을 운영하는 도어대시, 온라인 중고차 거래플랫폼 브룸, 전문가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구인 플랫폼 파이버, 온라인 구직 플랫폼 인디드 등이 처음으로 슈퍼볼에 광고를 낸다.
무료 온라인 증권거래플랫폼 로빈후드도 첫 슈퍼볼 광고를 방영한다. 로빈후드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유동성과 재택근무 수혜를 톡톡히 본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사용자 수가 2019년 말엔 600만명 수준이었으나 작년 1300만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온라인 도박사이트 드래프트 킹스, 개인간 물품거래 플랫폼 머카리, 정원조경용품 기업 스캇츠미라클-그로도 슈퍼볼 광고에 나선다. 광고마케팅기업 멀렌로우US의 리 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에 처음으로 수퍼볼 광고를 내는 기업은 대부분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해 성장한 곳”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를 다음 단계로 높이기 위해 슈퍼볼 광고를 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기업 B2C마케팅의 짐 네일 선임애널리스트는 “슈퍼볼은 기업이 시장에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 때 쓰기 매우 훌륭한 플랫폼”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각 브랜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슈퍼볼 단골 광고주였던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펩시,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광고를 내지 않는다. 버드와이저는 37년만, 코카콜라와 펩시는 20년만, 현대차는 13년만이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슈퍼볼 광고에서 빠진다고 발표하면서 “전례없는 타격을 입은 시기에 기업 자원을 적절한 곳에 투자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타격 때문에 막대한 돈을 들여 광고를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안젤라 제페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코로나19와 신차 출시 시기 등을 고려해 올해 수퍼볼 광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펩시는 광고 대신 기존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집중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슈퍼볼 광고에서 빠졌다고도 보고 있다. 마케팅업계는 올해 슈퍼볼 광고가 특히 까다로울 수 있다고 본다. 통상 슈퍼볼은 흥겨운 스포츠 행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와중 열린다. 이때문에 광고가 지나치게 즐거워서도, 심각해서도 안된다는게 마케팅업계의 지적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광고전략을 강의하는 데릭 러커 교수는 “너무 심각한 내용을 내보내면 소비자들이 재미없다고 볼 것이고, 너무 즐거운 내용은 소비자들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며 “각 기업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광고업계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슈퍼볼은 매년 시청자가 1억여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 중 하나다. 미국에선 시청률이 약 40%에 달한다. 홍보 효과가 막대해 기업들이 슈퍼볼 당일만을 위한 광고를 따로 제작해 내보낼 정도다. 슈퍼볼은 올해 광고 55편을 방영한다. 올해 슈퍼볼 광고는 30초 단가가 550만달러(약 61억8200만원)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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