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명수 대법원장, 이쯤 되면 스스로 거취 정해야

입력 2021-02-05 17:41   수정 2021-02-06 00:04

헌정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자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사표를 낸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 듣겠나”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며 사표 수리를 안 해줬다. 여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후배 판사를 ‘탄핵 제물’로 삼은 모양새다.

그것도 모자라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녹취록 공개로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여당은 임 판사가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에도 1년간 가만히 있다가 임기가 다 끝나갈 시점에야 탄핵을 관철시켰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공개된 뒤였고 탄핵의 실익도 없었지만 끝내 밀어붙였다.

여당은 “대법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공개한 것이야말로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물론 임 판사의 행위는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여권 정치인처럼 처신한 김 대법원장이 있다. 여당이 그를 비호하며 탄핵을 밀어붙인 것은 결국 ‘사법부 길들이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4월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황당한 일들이 법을 만드는 국회와 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법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기가 막힌다. 정치에 의해 법치가 무시되고 사법부 독립이 뿌리부터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참담함마저 느껴진다. 법조계 안팎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 내지 탄핵과 처벌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 눈치보기에다 거짓말까지 한 것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게 본업인 법원의 수장으로서 도덕성과 권위를 스스로 저버린 행태다. 나아가 사법부 독립과 신뢰는 물론 국격까지 훼손한 것이다. 임 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140여 명은 어제 “탄핵될 사람은 임 판사가 아니라 김 대법원장”이라는 성명을 냈다. 몇몇 시민단체는 직권남용 등으로 그를 고발했고 야당도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거취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여론이 수그러들 때까지 버티다 그냥 뭉개고 넘어가려는 듯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가르칠 수 있을까. 이젠 “거짓말해도 된다”를 넘어 “거짓말해야 된다”고 가르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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