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연 10조 판매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가구 구매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로 온라인 판매가 가구 판매액 증가를 견인했다.
가구 판매 연 10조원 시대가 열린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코로나시대 이전에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었던 집은 코로나 이후 먹고, 마시고, 일하고, 즐기는 공간으로 역할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집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소파, 수납장 등 가정용가구 소비가 늘어났다. 직장인들의 재택근무와 학생들의 온라인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필요하게 됐고 의자, 책상 등의 판매도 늘어났다.
특히 온라인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몰에서 가구 거래액은 4조9880억원으로 전년(3조4756억원)보다 43.5% 급증했다.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있지만 지난해 전체 가구 소매판매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 온라인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2018~2019년 3조원대에 머물렀던 가구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 5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10.8%에 불과했던 가구 온라인 거래 증가율은 지난해 43.5%에 이르며 4배 이상 커졌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가구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가구는 부피도 크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직접 만져보고 체험한 뒤 사용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최근엔 앞선 사용자들의 구매 후기가 풍부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가구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코로나 대유행으로 감염을 피하려고 하면서 가구 소비에서도 온라인 구매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B2C 중심의 가구업체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가구업계 1위 한샘은 지난 5일 3년 만에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으로 경신했다는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2018~2019년 내리막길을 걷던 매출은 지난해 22% 늘어나며 2조674억원을 달성했다. 온라인 사업부문 매출은 2372억원으로 전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큰 폭인 39.5%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리바트도 가상현실(VR) 등을 적용한 '리바트몰'을 새단장하고 가정용가구 전문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며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다. 현대리바트의 온라인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8%, B2C 가구는 12%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B2B(기업간 거래) 가구(6%)보다 성장폭이 각각 3배, 2배 큰 수준이다.
신세계그룹 가구업체 까사미아도 지난해 연간 매출 목표로 삼았던 1600억원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특히 온라인몰을 '굳닷컴'으로 새단장한 뒤 6개월 만에 기존 '까사미아몰'보다 매출이 153% 늘어났다. 굳닷컴 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몰로 판매를 늘리며 전체 온라인 커머스 매출이 연간 기준 전년보다 약 48%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가구업계에서 온라인과 B2C 판매 증가 흐름은 올해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구해줘홈즈' 등 집과 인테리어 관련 TV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룰 정도로 가구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올해는 기존 업체들의 B2C, 온라인 판매 강화 전략이 맞물리며 가구업계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리바트가 평일 오전에 가정용가구를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하는 '내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가구 물류분야에서 혁신은 가구시장의 성장을 더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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