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권익위 중립성 폄훼에 우려…더 엄정하게 업무 처리할 것"

입력 2021-02-07 15:15   수정 2021-02-07 15:43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조심성이 많았다. 인터뷰 내내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 처럼 답변을 이어갔다. 중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권익위를 이끄는 수장으로 '정치인 출신 위원장'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5일 취임 7개월을 맞이한 전 위원장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한지 7개월 째입니다. 가장 아쉬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의대생 국가고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국민들은 의대생들에게 국시를 허용해주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고,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서운함도 있었습니다. 의료계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있었죠. 결국 국가고시를 보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과 의료계의 갈등이 충분히 풀리지 못했습니다."

▶갈등 해결을 못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의료진을 배출하는 타임라인을 고려해야 했으니까요. 화해와 갈등 해결 수순은 더 많은 대화와 이해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을 기다려주기에는 상황이 급박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의대생 국시 등 현안마다 권익위가 나섰습니다.
"권익위의 업무는 국민들이 주시는 것입니다. 국민신문고 등에 들어온 다양한 의견을 분석하고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쳐 제도개선안을 만들어 각 기관에 권고합니다. 국민들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부처로서 함께 제도개선을 위해 애쓰는 것이지요."

▶국민 다수가 아닌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의견만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민신문고, 국민생각함 등은 의견을 수렴하는 것입니다.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주로 와서 의견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수수료 문제라면 수수료가 높다고 느끼는 국민들과 중개사들이 주로 들어옵니다. 일단 양쪽의 의견을 듣지만 꼭 그대로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 관계부처, 시민단체 등과 협의, 간담회 등을 거치고 이후 다시 국민들 설문조사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추미애 아들 군 특혜의혹,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등 여권 관련 이슈에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위원장이 정치인 출신이라고 중립성 위반, 공정성 논란을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중립성 위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권익위를 흔드는 것이지요. 권익위는 위윈회 조직으로 모든 결정은 전원위원회에서 합니다. 법조인, 교수, 시민단체 등 다양한 출신의 위원들에게 위원장이라고 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수도 없습니다.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듣는 분들도 아닙니다.(웃음) 위원장이 마음대로 좌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권익위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익신고자 지정 등이 늦어진 것은 사실 아닌가요.
" 공익신고자 선정이 늦어진 것은 일반적으로 부르는 공익신고자와 권익위가 인정하는 공익신고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권익위가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에 규정된 법위반행위를 일정한 형식(신고자 인적사항, 신고취지, 증빙자료 등)을 갖춰 적법한 신고기관에 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익신고자 선보호, 후검토 체계로 정비하려고 합니다.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서둘러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법무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금지 의혹 사건 관련 신고자를 기밀누설로 고발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내용이 직무상비밀에 대한 경우라도 누설을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신고자를 보호해야한다는 것이 권익위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실제 법 적용에서는 사실관계를 잘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공익신고 기관인 권익위에 신고한 내용에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는 당연히 보호하지만, 그 외의 기관이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도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권익위의 조사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익신고자를 더 많이 보호하기 위해서 신고사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권을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조사권이 없어 각 대상의 소속기관에 사실관계를 물어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편파적이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으로 더 많은 신고가 예상되는데 신고자만 조사할 수 있고, 피신고자는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무고, 허위, 명예훼손 등의 여지를 막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규명을 할 수 있고, 피신고자 의견도 들어서 1차적으로 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김학의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되는 건가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위공직자가 수사대상이 되는 범죄를 저질러서 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면 공수처,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있습니다. 검토 후 요건에 맞으면 이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7개월 간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까?
"경주시 한센인촌 희망농원 거주민들의 주거복지 환경을 개선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환경부, 농림부, 지자체 등 관계부처간 협력이 안돼 41년간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 살던 분들의 고충이 해소됐습니다. 권익위가 하는 집단민원 중 상당수가 여러부처가 관여돼 해결이 안되는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권익위가 중심이 돼 협의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올해 국가청렴도(CPI)평가에서 역대 최고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반부패·공정 개혁의 노력과, 이러한 개혁의 추진 동력을 제공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주재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다시 복원해 범정부 반부패 추진 기반을 마련했고, 사회각계가 참여하는 청렴사회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국민 참여에 기반한 새로운 반부패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공수처 설립, 채용비리 근절, 유치원 3법 개정 등 이른바 국민 생활 속 부패와 불공정 비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2022년까지 20위권 청렴 선진국으로 진입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반부패·공정 개혁 과제 추진에 더욱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먼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제정하고 공수처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권력형 부패를 엄단할 것입니다. 또 민·관 유착 등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고, 준법경영·공정거래 등 민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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