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까지 비판받았던 해리스 "인종을 문제 삼을 줄이야"

입력 2021-02-07 16:15   수정 2021-02-07 16:25


지난달 이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인종을 문제 삼는데에 놀랐다”고 말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재임 중 일부 여권 지지들로부터 인신 공격을 당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해리스 전 대사는 “일부 인종 차별(race baiting)에 대해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 해군 출신인 부친과 일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고,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을 거쳐 지난 2018년 7월 주한 미국대사에 임명됐다. 그는 재임 중 한·일 갈등이 격화된 것이 자신이 올가미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전 대사는 재임 중 정치권과 일부 여당 지지자들로부터 인신 공격 수준의 비판을 받아왔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개별관광’을 언급하자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후 여당 의원들과 여당 지지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여당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리스는 일왕에게 욱일장 받고 부임했다", "코털이 일본 순사 같다"는 등 인신 공격에 앞장섰다. 일부 반미(反美) 단체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면서 해리스 대사의 얼굴 사진에 붙여둔 가짜 콧수염을 뽑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리스 전 대사를 ‘조선 총독’으로 빗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1월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며 그를 정면 비판했다. 당시 해리스 전 대사가 콧수염을 기르는 것을 두고 ‘조선 총독’이라고 한 비난을 그대로 반영한 비판이라 더욱 논란이 됐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해 1월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내 인종적 배경, 특히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언론,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비판받고 있다”며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런 사람들은 역사에서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골라 취하려는 태도)을 하려 하는 것”이라며 “20세기 초 서구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콧수염 기르기가 유행했으며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한국 지도자들도 콧수염을 길렀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정부·여당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지만 해리스 전 대사는 재임 기간 중 여러 차례 ‘지한파’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장으로 논란이 벌어지자 그는 논란이 벌어지자 지난달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자신이 김장하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타임지가 방탄소년단(BTS)을 ‘올해의 연예인’으로 선정했을 때는 이 소식을 전하며 BTS에게 “힘들었던 한 해에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해리스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세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어려서 공상 과학 소셜을 읽었지만 이런 일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비무장지대(DMZ)에서 성사된 남북미 정상 회동에 대해 “당시 회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당국자는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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