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위례 전셋값, 쏟아지는 공급에 무릎 꿇었다

입력 2021-02-07 17:16   수정 2021-02-08 01:02

“전세 매물 호가가 한 달 만에 1억원 내렸고 손님도 뚝 끊겼습니다.”(서울 송파구 장지동 다담 공인 대표)

서울 강동구와 위례신도시의 아파트 전셋값이 최대 2억원 하락하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경기 하남시와 위례신도시에서 대규모 집들이를 시작하는 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남시 감일지구와 위례신도시에서 올해 1만4000가구가량이 준공될 예정이어서 주변 전셋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과 위례신도시의 전셋값이 지난 한 달 새 최대 2억원이 내렸다. 강동구 일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12월 10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2억원 내린 8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의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10억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한 달 새 1억5000만원 하락했다. 고덕동 K공인 관계자는 “저층 등 입지가 좋지 않은 매물의 호가가 1억~1억5000만원가량 하락하는 등 전셋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의 전셋값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24단지 꿈에그린’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0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지만 현재 호가는 8억원으로 밀렸다. 인근인 하남시 학암동 ‘위례 롯데캐슬’ 전용 84㎡의 전셋값도 작년 12월 9억원에서 최근 1억5000만원 빠진 7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위례 장지동 다남 공인 대표는 “작년 7월 말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 12월 초까지 전세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며 “하지만 당시 11억원까지 나갔던 전용 84㎡ 전세 호가가 1억5000만원가량 빠졌는데도 지금 계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의 매물 증감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초 8313건으로 최저를 기록한 뒤 반등해 최근 2만여 건을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동구와 위례신도시의 전셋값 하락 요인으로 하남시 감일지구와 위례신도시의 입주를 꼽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하남시와 송파 거여, 학암동 등에 1만4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하남 감일지구에서는 이달 ‘하남 포웰시티 C2블록’(881가구) 집들이를 시작으로 ‘하남 포웰시티 C3블록’(790가구) 등 1만36가구가 줄줄이 입주할 예정이다. 위례신도시에서는 오는 5월 학암동 ‘힐스테이트 북위례’(1078가구) 입주를 비롯해 8월 거여동 ‘‘SH위례지구 A1-5블록’(1282가구), ‘A1-12블록’(394가구) 등이 입주에 나선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달리 ‘국지적 수급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물량이 쏟아지면 인접한 지역 전셋값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현상은 지난해 새 아파트 입주가 집중된 경기 과천에서도 나타났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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