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베이조스의 '스타워즈'

입력 2021-02-08 17:47   수정 2021-02-09 01:19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왼쪽 사진)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오른쪽)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각각 세계 1, 2위 부자인 둘은 우주탐험을 다룬 드라마 스타트렉의 주인공처럼 우주를 향한 열정이 뜨겁다. 하지만 서로를 사사건건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스타워즈(우주전쟁)’를 벌이는 앙숙 사이다.

베이조스는 2000년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이후 매년 아마존 주식을 10억달러어치씩 팔아 이 회사에 쏟아부었다. 머스크는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한 자금으로 2002년 스페이스X를 세웠다.

우주사업 초기인 2004년까지만 해도 둘은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다. 둘은 10년가량 공식적으로 무난한 관계인 것처럼 보였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2013년부터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사대 39A를 독점 임차하자 블루오리진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39A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이 사용했던 발사대다. 뒤이어 스페이스X는 특허소송을 제기해 블루오리진이 보유한 특허 15건 중 13건을 무효화했다.

2015년부터는 두 사람이 직접 노골적인 공격에 나섰다. 그해 11월 블루오리진은 한번 쏘아올린 발사체 뉴셰퍼드를 다시 착륙시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재활용 가능성을 열었다. 베이조스가 트위터로 성공을 자축하자 머스크는 바로 “별거 아니다”고 트윗을 날렸다. 한 달 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도 같은 성공을 거두자 베이조스는 재빨리 “클럽 가입을 환영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블루오리진이 먼저 성공했고 스페이스X는 후발주자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겹치며 경쟁 강도가 세지자 둘의 대립에도 불꽃이 튀었다. 2019년 블루오리진이 인터넷 위성 발사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자 머스크는 “베이조스는 카피캣(모방자)”이라고 트윗했다. 블루오리진도 앞서 같은 사업을 구상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해 베이조스는 달탐사선 블루문의 실물모형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참으로 멀다’란 문구와 함께 화성 사진을 보여줬다. 머스크는 작년 6월 “아마존은 없어져야 한다”고 트윗을 날렸다.

지난해 스페이스X는 20억달러 규모의 로켓 프로젝트에 왜 자사는 빼고 블루오리진을 파트너로 채택했냐고 반발하며 미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근 아마존은 미 연방통신위원회에 스페이스X의 통신위성 고도 변경안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아마존이 추진 중인 비슷한 사업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둘의 대립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란 시각이 많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우주는 공상과학(SF)의 영역이지만 둘에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장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술 기업이 증명했듯 승자 한 명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둘은 명운을 걸고 우주에서 격돌하고 있다.

현재로선 머스크가 베이조스에게 앞서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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